갑자기 웽하면서 급한 마음이 저절로 느껴지는 응급차가 지나간다. 그 소리를 들음 늘 하든 그대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억하고 "세월이 지나 언젠가는 만나게 되면…"의 짧은 기도는 끝이 나고 마음속은 또 후회랑 미안함이 함께 스쳐간다.
딱 바로 지금의 내 나이에, 남자로서의 무거운 삶을 짊어지고 또 등에 업고서 이루었든,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남겨 놓으신 채 그냥 떠나신 것이다. 난 이제서야 겨우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워가는 중이고, 사랑은 불타는 젊음의 샛빨강이 아니라 재로 남겨진 활활 타오르든 열정들은 다 꺼져버린 후의 진회색빛 사랑이라는 걸 겨우 깨달아 가는데.
머리를 흔들어 본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만난 남자가 내 아버지였고, 그를 통하여 난 사랑받는 법과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지금도 그 끊이지 않는 사랑의 노래를 내 마음속에 불러주고 계신다. 난 그때 나의 샛빨강의 불붙는 사랑에만 눈이 멀어 그 끊이지 않는 사랑은 볼 줄도 들리지도 않았었고, 항상 그 사랑은 그냥 그 자리에 마냥 있을 거 같아 소중하지도 않았었던 것이다. 내가 바로 지금 삶의 가파른 언덕을 넘으면서, 비가 쏟아지며 넘치는 강물도 만나고 벼락도 맞으면서 그 나이, 그 자리에 둥그마니 서 있어 보니 얼마나 많이 가슴이 먹먹하고 슬프고 아픈지 그런 마음을 후회라는 - 세상에서 가장 마음 아픈 일이라고 써내려 가기에는 너무도 약하고 작고 초라한 단어일 뿐이다.
근데 난 또 오늘, 내가 사는 살아야 하는 나의 삶 때문에 그냥 잊고 살다, 어디서 불쑥 갑자기 웽하면서 지나가는 그 소리를 들으면, 얼른 다시 아버지를 기억하면서 언제나처럼 짧디짧은 기도를 드릴 것이다. 내게 남겨져 있는 시간 안에서, 주신 사랑의 기대치는 못될지라도 열심히 살다 언젠가는 높은 곳에서 내 아버지를 만나게 되면, 당신이 주신 그 끝없는 사랑 때문에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살다 왔다면서, 모자란 딸로서의 용서를 빌고 예전처럼 기다란 귓밥을 만지며 어리광도 부리면서 내 아버지의 눅눅한 냄새를 맡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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