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부족은 스트레스와 세포재생에 관련하는 유전자 기능에 영향을 끼쳐 건강을 해치는데 기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잠이 보약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다. 사실 충분한 수면만한 피로 회복제가 따로 없다. 숙면을 취한 날에는 온 몸이 가뿐하고 상쾌하다. 반면 밤잠을 설치고 나면 몸의 상태가 영 말이 아니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며칠간 잠을 놓치면 짜증이 돋고 신체기능이 뚝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느낌이 아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만성적 수면부족은 건강의 확실한 적이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야근자라든지 수험생 등은 일관되게 하루 8시간의 ‘건강 수면’을 취하는 사람에 비해 비만의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되고 심혈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단 일주일만 수면 부족에 시달려도
소염·면역성 등 조직손상 유전자 활성화
당뇨·고혈압 발병률 증가는 이미 확인
최근 과학자들은 수면부족이 어떻게 질환으로 이어지는지를 알려주는 새로운 단서를 찾아냈다.
이들은 26명의 실험 지원자들이 7일간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하도록 한 후 하룻밤을 완전히 날 밤을 새우게 했다. 이 과정을 거치자 지원자들의 체내 유전자 발현에 변화가 왔다.
손상을 유도하는 유전자 등 스트레스 반응에 개입하는 일부 유전자들은 증폭된 반면 세포와 조직의 재생과 양육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은 움츠러들었다.
지난주 국립과학원 회보에 게재된 보고서의 작성자 가운데 한 명인 영국 서레이 대학 유전학 연구원 콜린 스미스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수면부족이 어떻게 건강을 해치는데 기여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과학자들은 수면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오랫동안 궁리했다. 수년간 이들은 잠이 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역시 서레이 대학의 수면과 생체리듬 전문 연구원이자 논문의 공동작성자인 더크-얀 디지크는 이것이 이제까지 지닌 연구의 한계였다고 지적했다.
전염병 학자들은 아침이나 저녁 늦게 일하는 근로자들, 혹은 일반적으로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은 당뇨병, 뇌졸중과 고혈압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을 이미 밝혀냈다.
생화학자들 역시 수면부족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을 대량으로 생산한다는 점을 파악했다. 잠을 ‘굶으면’ 식욕을 자극하는 공복 호르몬인 그렐린의 분비가 촉진된다는 것 역시 확인됐다.
하버드 보건대학원 연구원인 찰스 체지슬러 박사는 “이제까지 잠은 뇌의, 뇌에 의한, 뇌를 위한 것으로 간주됐다”며 “그러나 이제 수면이 인체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인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관해 더 알기 위해 디지크와 스미스 그리고 동료들은 지원자들에게 12일에 걸친 두 차례의 평가실험을 실시했다.
수면장애가 없는 건강한 성인들이 실험환경 속에서 7일 연속 하루 10시간씩 침대에 머물렀다. 뇌파 스캔을 해본 결과 이들은 7일 동안 하룻밤 평균 8.5시간의 수면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조건에서 실험 참여자들은 7일 밤 연속 하루 6시간 침대에 머물렀다. 이들의 평균 취침시간은 5.7시간에 불과했다.
매주 마지막 날 연구진은 지원자들을 39~41시간 깨어 있도록 조치했다. 이 시간 동안 세 시간마다 한 번씩 혈액을 뽑아 총 10개의 샘플을 만들었다.
연구원들은 혈액 속 세포를 분석해 DNA의 지시를 수행하는 분자인 RNA의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잠을 잃으면 유전자 발현의 리듬 패턴에 변화가 오면서 유전자의 생체시계를 방해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잠이 부족할 때 총 711개의 유전자가 다르게 발현했다. 즉 444개는 축소됐고 267개는 증폭됐다.
추가 조사를 통해 연구원들은 소염, 면역과 단백질 손상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여기에 바탕해 체내 어디선가 수면부족으로 인해 조직 손상이 발생했음을 추론해 냈다.
유전자 발현 운운하면 무슨 말인지 헷갈리지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수면부족일 경우 체내조직이 손상된다는 애기다.
디지크와 스미스는 불과 1주일간의 수면부족 현상만으로 이같은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만성적 수면부족일 경우 몸이 얼마나 심하게 망가질 수 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성인 가운데 30%가 여섯 시간 미만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설문조사 결과다. 이 수치가 대체로 정확하다면 줄잡아 수백만명의 미국인이 수면부족으로 몸을 상했다는 결론이다.
이번 연구에 관여하지 않은 과학자들은 서레이 대학 연구팀에 찬사를 보냈다. 혈액을 이용해 수면부족으로 인한 분자효과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은 이 방면에서 이룬 개가라는 평가다.
과거의 연구들은 쥐와 같은 실험실 동물들을 이용해 수면제한의 생물학적 결과를 살피는 수준에 그쳤다. 잠을 자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은 뒤 이들의 뇌, 혹은 간에 조직에 나타나는 유전자 정보 발현을 조사하는 정도였다.
사람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실시할 수 없는 이유는 자명하다. 멀쩡한 사람의 뇌나 간의 조직을 떼어내 조사를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뇌, 혹은 간의 조직검사 대신 혈액검사를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의사들은 수면부족 환자들을 다루는데 큰 도움을 받게 됐다.
이제까지 의사들은 환자들이 얼마나 피로감을 느끼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환자 자신의 평가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카페인 섭취를 많이 하는 환자는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 힘들다. 카페인은 더 많은 시간의 수면을 필요로 한다는 뇌의 신호를 둔화시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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