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6년부터 1848년까지 계속된 미-멕시코 전쟁은 미 제국주의의 진면목이 유감없이 드러난 미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전쟁이었다. 당시 연방 하원의원이던 에이브러험 링컨은 의회에서 이 전쟁의 부당함을 규탄했고 ‘시민 불복종론’을 써 훗날 간디에서 마틴 루터 킹에 이르기까지 민권 운동 지도자들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데이빗 소로는 “이런 불의한 전쟁을 하는 정부를 위해 세금을 낼 수 없다”며 자진해서 감옥에 갔다.
이 전쟁의 발단은 18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멕시코 영토이던 텍사스에는 이곳의 원주민인 코만치 인디언의 발호로 멕시코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었다. 멕시코 정부는 이들과 인디언들의 직접적인 충돌을 막기 위해 미국 이민자들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를 기화로 싼 농토를 찾아 미국인 밀입국자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급기야 이들은 1836년 텍사스 독립을 선언하며 알라모에서 반란을 일으킨다. 이들은 산타아나 장군에 의해 진압돼 전멸당하지만 샘 휴스턴이 이끄는 텍사스군은 한 달 후 산타아나를 물리치고 독립을 쟁취한다.
이후 한동안 독립국가로 있던 텍사스를 미국이 1845년 합병하는데 멕시코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자 미국과 멕시코는 티격태격 하다 결국 전쟁이 난 것이다. 이 전쟁은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으며 그 결과 멕시코는 영토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지만 미국은 뉴멕시코, 애리조나, 네바다, 캘리포니아 등 광대한 지역을 차지하면서 1/3이 불어난다.
이 전쟁에서 이기자 미 국민들은 쾌재를 불렀으나 훗날 비싼 대가를 치른다. 이 전쟁을 처음부터 열렬히 지지한 것은 노예제를 갖고 있던 남부주의 민주당원들이었다. 상공업이 발달한 북부 주에 밀리고 있던 이들은 서부에 영토를 늘려 이들을 노예주로 만듦으로써 세력을 키우려 했던 것이다.
미국 역사상 다른 모든 전쟁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미국인이 죽은 남북전쟁의 직접 원인이 이들 서부 주를 노예주로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벌어진 다툼 때문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남의 눈에 눈물이 나게 한 사람은 자기 눈에 피눈물이 난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다.
이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훗날 북군 총사령관이 된 율리시즈 그랜트나 남군 총사령관이 된 로버트 리 등은 미군 장교로 멕시코와 싸웠다. 그랜트는 자서전에서 자신은 처음부터 이 전쟁에 반대했었다며 이 전쟁을 “강자가 약자에 대해 벌인 가장 불의한 전쟁의 하나”라 부르고 “국가도 개인처럼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 남부주의 반란은 멕시코 전쟁의 연장이며 미국은 그 죄로 현대사에서 가장 피비린내 나고 비싼 전쟁이란 벌을 받았다”고 적었다.
미국인들이 이처럼 느낄진대 정작 멕시코 인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불문가지다. 이들에게 자신들의 조상이 살던 땅에 들어와 사는 것을 보고 불법체류자니 강제 추방이니 하는 것은 매우 우습게 들릴 것이다.
더 길게 보면 이 땅은 원래 멕시코 것도 아니다. 북 아메리카 대륙에 원주민이 처음 들어온 것은 1만2,000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미국이 생기던 200년 전까지는 불법체류자라는 개념은 없었다. 미국인의 조상도 인디언 땅에 들어오면서 허락을 받은 일이 없고 미남서부를 영토로 갖고 있던 멕시코도 마야 아스텍 문명을 멸망시킨 스페인 정복자의 후예가 세운 나라다.
1,100만에 달하는 불법체류자 사면이 최근 미 정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경 경비를 강화한 후 사면해야 한다고 하지만 지난 3년간 멕시코로부터의 밀입국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미국 경기가 나쁘고 멕시코 인들의 출산율이 급감하면서 미국을 찾는 이들이 급속히 줄어든 것이다.
물론 현재 북 아메리카 남서부 지역의 주인은 미국이다. 그러나 허가 없이 이 땅에 들어와 사는 이들을 불법체류자라 부르며 함부로 손가락질하기 전에 이 땅의 주인이 원래 누구였고 누가 진짜 불법체류자고 밀입국자인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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