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영화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제임스 홈스(왼쪽)가 23일 아라파호카운티 법정에 섰다. 오른쪽은 국선 변호인 라마라 브래디.
제임스 홈스 법정출두 예비심문
검사‘1급살인 사형구형 예정’
대학원 동료 · 교수들‘낌새 못느껴’
미국 영화관 총기 난사범 제임스 홈스(24)가 23일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9일 콜로라도주 오로라의 영화관에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감상하던 관객들에게 총을 마구 쏴 12명을 살해하고 58명을 다치게 한 홈스는 이날 예비 심리를 받기 위해 콜로라도주 센티니얼의 법원에 출두했다.
수갑을 차고 적갈색 죄수복을 입은 채 법정에 들어선 홈스의 모습에서 눈길을 끈 것은 오렌지색으로 물들인 머리카락이었다. 홈스의 머리카락 색깔은 원래 갈색으로 알려졌다. 홈스가 머리를 빨갛게 염색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홈스는 범행 당시 “나는 조커다"라고 외쳤다. ‘조커’는 영화 ‘배트맨’에서 배트맨에 맞서는 악당 두목으로 빨간 머리를 하고 있다.
수염을 깎지 않아 초췌한 얼굴의 홈스는 멍한 표정으로 간혹 머리를 숙이거나 끄덕거렸을 뿐 거의 움직임 없이 심리 진행 과정을 지켜봤다.
홈스는 법정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었을 때 눈을 크게 뜨고 판사를 쳐다보기도 했지만 잠시 뿐이었다.
검찰은 오는 30일 홈스를 정식으로 기소할 예정이다. 죄목은 일급 살인과 불법 무기 소지 등으로 최고 사형 선고까지 가능하다.
캐롤 체임버스 검사는 “공정한 재판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홈스에게 사형을 구형할 예정이며 희생자 유가족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체임버스 검사는 “생각만큼 쉬운 재판은 아니다"라며 “사형 선고를 받아내려면 상당한 시일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많은 증거를 치밀하게 수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콜로라도주의 사형수는 3명이며 1997년 10월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됐다.
방청석에 자리 잡고 있던 희생자 유족들은 홈스를 노려보거나 손깎지를 끼는 등 괴로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위가 머리에 총을 맞아 중태라는 데이비드 산체스는 “사형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극장에서 홈스가 쏜 총탄에 턱을 맞았지만 다행히 큰 부상을 면한 미카일라 힉스는 “여기에 와야 할 지 고민했다"면서 “그를 영원히 먼 곳으로 데려갔으면 좋겠다"고 극형이 내려지길 바랬다.
여동생 제시카를 잃은 조던 가위는 “내가 홈스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법정에 가지 않았다"고 법정 밖에서 CNN 기자에게 말했다.
이날 법정 경비는 삼엄했다. 법정 밖에는 물론 주변 건물 옥상까지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경찰은 홈스의 범행 동기를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지만 홈스가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수사에 매우 비협조적이라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홈스가 다니던 콜로라도대학 의과대학원 당국은 대학원생 신분을 이용해 위험 물질을 입수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그러나 교수와 급우들은 홈스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원을 중퇴하기로 한 동기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홈스는 최근 기말 시험을 치렀으나 대학원 당국은 사생활에 관한 정보라며 성적 공개는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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