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라라 카운티에 속해 있는 팔로알토는 실리콘밸리의 중심지이자 스탠포드 대학과 인접해 있는 곳으로, 미국에서도 부자들이 사는 동네로 알려져 있다. 교육열 높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우수한 대학과 고등학교들이 있는 팔로알토가 꿈의 도시이기도 하다. 지역의 초, 중, 고등학생들도 주변 대학들의 고등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스탠포드의 경우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인접 지역의 학생들을 어떻게 잘 멘토해야 하는지에 대한 강연도 한다. 삶의 질이 높다 보니 실버산업도 발달했다.
반면, 팔로알토 경계를 두르는 샌프란시스키토 크릭과 베이쇼어 프리웨이 너머 있는 비슷한 이름을 가진 동부 팔로알토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동부 팔로알토는 산마테오 카운티에 속해 있으며, 이민자들 및 유색인종이 살고 있는 빈민촌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부터 팔로알토에 첨단과학 기술자들과 고소득자들의 전입이 늘자, 동부 팔로알토도 더불어 새롭게 거듭나고 있지만, 과거 범죄와 빈곤이 만연했던 도시의 명성을 아직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른 아침 팔로알토의 중심가인 유니버시티 애비뉴를 걷다 보면, 유니폼을 입고 거리를 청소하는 분들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은 인근인 동부 팔로알토 주민들이 이와 같은 저임금 일자리를 도맡는다. 팔로알토가 부의 원천이라면, 동부 팔로알토 주민들은 돈 있는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육체적으로 고된 노동이나 단순 서비스 업무를 하며 사회에 노동력을 제공한다. 보통 빈곤층은 차가 없거나 멀리 여행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므로 근접 도시에서 일할 기회를 찾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서로 다른 두 도시가 상호작용하며 산다.
이런 논리로 보면, 두 도시가 상생하는 것 같지만, 지극히 다른 수준에서 그렇다. 빈곤층 노동자들은 대부분 지역사회봉사, 노인 보건, 식당 업무, 건설 및 청소업, 판매영업, 배달 및 운수업, 수리 및 보수 등의 일을 하며, 최저임금 수준을 간신히 웃돌기는 하지만 생활임금 수준(living wage)를 훨씬 밑도는 임금을 받는다. 그렇게 하루 하루 생활하지만 빈곤층의 교육 수준과 기술, 저임금 노동만으로는 빈곤의 늪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빈곤층 자녀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수한 교육을 받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돈을 벌며 포르쉐를 몰고 다니고, 어떤 사람들은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먼지 나는 곳에서 땀흘리며 일해도 하루 빠듯하게 생활해야 하는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 그것도 눈에 확연이 드러나는 수준으로 말이다. 개인의 부는 개인 혼자 만들어낸 것이 아님을 상기할 때, 자신이 어느 지역 주민이든 누구나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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