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기가 좀 풀리는지 약간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는 것 같다. 구석구석 산타 클라라 카운티 하면 옛날 고향땅 골목길만큼이나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고 또 캘리포니아 도시 한다면 가보지는 못했어도 최소한 이름은 들었을 거라 했었는데 그게 아니다.
다뉴바.
3.1 절을 전후 하면서 이 도시 이름이 언론 지상과 전파를 타고 거의 매일 우리 주변에 있었다. 그런데도 다뉴바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지도상에서 이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우리의 이민사/역사와 깊은 인연이 있는 이곳을 존재 여부도 모르고 있었다는 그 사실만도 정말로 부끄러웠다.
우박사 에게 물었다. 다뉴바 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느냐고, 캘리포니아에 다뉴바는 없단다. Danuba 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대신 Dinuba 는 있다고 했다. 옛날에 남가주 에 있다는 ‘엘레이’ 라는 도시를 한참 찾다가 그게 LA 라는걸 알고 맥 빠진 웃음을 웃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직도 의문은 남았다. Dinuba 를 왜 다뉴바 로 발음하는지. 스페인어라면 단연코 디누바 다. 영어는 발음하는 방식이 흔들리는 갈대다. 결국 구선생을 통해서 알아낸 전화번호로 다뉴바의 Chamber of Commerce 에 다이알을 돌렸다. 쳇바퀴로 숨막히게 돌아가는 실리콘 밸리 삶의 경쟁터와는 달리 느긋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한 아줌마가 대답한다. 물었다, Dinuba 라는 도시 발음을 어떻게 하느냐고.
“그건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다를 겁니다”. 여전히 느긋하게 그리고 웃음이 섞인 말로 대답한다.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간단하게 다뉴바로 끝나는 대답을 기대 했었으니까.
기왕 다뉴바를 찾은 김에 우박사를 통해 그 지역 신문 The Dinuba Sentinel에 들어가 보았다. 아마 우리들의 3.1절 행사는 그 동네에서도 큰일 (Big Deal) 인가 보다. 3월 1일자로 역사를 되돌아본다는 제목으로 1920년 처음 시작된 우리 조상들의 3.1절 행사를 크게 실었다. 350명 이상의 참가자가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고 당시 간호복 차림의 Korean Ladies Relief Society 소속 여러 명이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는 커다란 흑백 사진도 실려 있다.
물론 이번 3월3일 행사도 크게 실렸다. 400여명이 참석하여 1920년의 역사적 장면을 재연 했다고 쓰여 있다.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92년 전 캘리포니아 한인이 얼마나 있었을까? 지금과 비교한다면? 아니 비교 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된다. 또 교통편을 비교한다면? 그런데도 겨우 400여명? 좀 지나친 말인지 모르겠으나 당시에는 1마력 (한 마리의 조랑말) 달구지에 여러 명이 타고 여러 시간 거쳐 갔었을 거다. 지금은? 대략 2-3 백 마리 준마가 이끄는 날렵하고도 강력한, 어쩜 Made in Korea 자동차에 낭만적 드라이브 삼아 한두 명이 타고 눈 깜빡하는 사이에 달려갈 수 있는 거리다. 만약에 내년 이 무렵에도 이 동네에 살고 있다면 그리고 3.1절 행사가 그곳에서 계속 진행 된다면 꼭 참석해 보고 싶다는 ‘각오’가 솟아오른다.
아이로닉 하다고 할까, 우리의 항일 역사의 방문 기사를, 또 이 역사의 재연 기사도 Michael Miyamoto 라는 기자가 썼다. 어쩜 이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지금 이세대의 넓고도 가까운 세상속의 속 좁은 좀생이 일까?
우연히도 우박사 페이지에 Dinuba 를 빛내주는 역사적 인물들을 읽어 내려오다가 눈이 멈춘다. Earl Kim, Korean-American Composer 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바로 그해 1920년 Dinuba에서 태어났다. 버클리와 ‘엘레이’ 에서 공부를 하고 2차 대전 군 복무를 거쳐 프린스톤 과 하버드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1990년 은퇴 그리고 1998년 캠브리지에서 타계라고 기록되어있다. 아일랜드 의 유명한 Samuel Beckett 의 작품에 그의 작품이, 그리고 음악계에 이름을 남기는 기라성 같은 많은 제자를 배출했다고 쓰여 있다. 간바레, 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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