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CBS에서 방영하는 60 minute를 보니 중장비를 동원해서 비어있는 집들을 밀어낸다. 오하이오주 Cleveland에 있는 집들이었다. 주인들이 살기를 포기한 집이었는데, 여기저기 깨어지고 파괴도 되었으며, 또 누군가 와서 집안의 시설물을 훔쳐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노숙자가 자꾸만 늘어난다는 시점에서 빈집이 그렇게 무너뜨려지는 것은 아이러니했다.
미국의 도처에 주인이 버리고 간 집들이 많다. 여러가지 이유로 버림을 받은 집도 있고, 주인이 밀려난 집도 있다. 빈집이라고는 해도 엄연히 법적인 소유주가 있다. 사람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지만, 소유수의 입장에서는 아무나 함부로 들어와서 살게 할 수는 없다. 거주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법이 있고, 집주인을 보호하는 법도 있어서, 온정을 베풀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해도 법에 따라서 모든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집을 비어두어서 망가지는 것 보다는 집을 없애고 맨땅으로 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비어있는 집이 인력으로 파괴되는 광경을 TV에서 보고있노라니, 개발을 하기위해서 중장비를 동원한 회사측과, 밀려나는 거주민들과의 격렬한 투쟁이 종종 일어났던 한국 TV에서 본 광경이 오버랩된다.
똑같이 중장비로 집을 밀어내는 광경인데, 한국에서는 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각목과 쇠파이프를 들고 격렬하게 대항하고, 미국의 그것은 한대의 부르도져가 한가하게 집을 허물고 있다. 주위에서 구경하는 사람도 없이 쓰레기를 치우듯이 집을 치워버린다. 두 나라에서 대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렇게 다른 것은 무슨 이유일까?
예전에는 많지 않던 노숙자가 한국에도 미국에도 늘어난다는 사실은 슬프다. 멀쩡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노숙자의 신세가 되기도 한다. 전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숙식을 제공하면 우선 어느 정도의 문제가 해결되었다. 과거의 그러한 관행 때문인지, 지금도 선행의 대표적인 행위는 북한에 쌀을 보낸다든지, 명절에 대접하는 온정어린 한끼의 식사, 그리고 다른 나라에 구호품을 보내는 일이다. 우리에게 전쟁의 피해가 왔을 때에도, 구호품은 우리를 살려주는 역활을 담당했었다.
그러나 현대의 삶의 방식은 단순히 먹고 자는 일이 전부가 아니다. 과학이 발달하고 국민의 요구사항이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삶의 방식도 복잡한 양상을 갖는다. 우리사회에 형성된 그 무엇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듯 하다. 숙식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도와주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한 가족의 삶.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여러가지 사항들이 얽혀있다. 먹는 것이 전부가 아닌 현대인의 삶은 국가나 단체가 쉽사리 해결하기 힘든 짜임새로 자리잡는다. 몇달 동안의 집페이먼트를 도와주었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처럼, 한 달 동안의 식품도 가난속에 내재된 사항들을 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바라보는 보통사람들의 마음은 슬프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은 다만 우리의 안타까운 마음을 알릴 뿐. 암담한 구름처럼 드리워져 있는 그 무엇을 향한 방법은 찾기 힘들다.
우리의 삶은 오래전에 그 단순함을 벗어났다. 옛날의 모든 것이 아날로그와 함께 멀리 사라진다. 자동화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시대에 새해가 또다시 시작된다. 우리의 삶, 우리의 길은, 기계가 그 방향을 가르키고 있다. 앞으로 가라고, 시간이 멈추는 법은 없다고. 그리고 장래를 알려주는 예언도 믿지말라고. 그냥 시간을 따라가면 알게된다고 말하는 듯, 새로운 한 해가 어김없이 우리앞에 펼쳐진다. 같은 속도로 온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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