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년 6월26일생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이미 100세 생일을 넘긴 일본인 시바타 도요 할머니의 이야기다.
이 할머니 시인은 90세의 나이에 시를 쓰기 시작했고, 99세 생일을 의미하는 백수(白壽)를 자축하며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발표했다. 이 책은 얼마 지나지 않아 150만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리고 최근 <100세- 살아가는 힘>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또다시 세상에 내놓았다.
100세. 나는 감히 짐작도 되지 않는 나이다. 삶보다는 죽음에 가까워 보이는 100세 작가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외치는 “살아있어 좋았어!”라는 고백 역시, “사는 게 힘들구나”라는 젊은 또래 친구들의 고백에 비해 체감 정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쉽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젊음과 생명력’ ‘노년과 죽음’이라는 결합이 실제로는 이토록 현실과 괴리된 공식인걸까.
시바타 도요 할머니의 시는 참 쉽다. 또한 매우 일상적이다. 소재가 그러하며, 그것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도 그러하고, 표현을 위해 시인이 고른 시어들이 그러하다. 예술성과 시의 화려한 기교들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수수하고, 그렇게 완성된 시는 참 따뜻하다.
‘미국 최고의 풍자가’ ‘블랙유머의 대가’라고 불렸던 커트 보네거트의 책 <나라 없는 사람>에는 ‘문예창작을 위한 충고’라는 글이 등장한다. 이 글에서 그는 ‘주인공에게 좋은 소식인가, 나쁜 소식인가?’라는 두 질문을 각각 좌표로 삼아 그린 소위 ‘문학 그래프’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신데렐라와 같은 동화는 아주 낮은 곳에서 시작해 줄곧 상승하는 곡선의 그래프를 완성하며, 카프카의 소설처럼 점차 거대해지는 슬픔과 실패로 점철되는 이야기는 결국 비참한 하강 곡선을 그리게 되는 식이다.
커트 보네거트는 이 글을 셰익스피어의 <햄릿>으로 마무리한다. 그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복잡하고 미묘한 인간관계의 사슬을 분석하며, 상승도 하강도 아닌 직선의 그래프를 그리기에 이른다. 그러면서 “<햄릿>의 위대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셰익스피어는 우리에게 진실을 말했다. 사실 우리는 인생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이 좋은 소식이고 무엇이 나쁜 소식인지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햄릿>은 서사적이다. 즉 사건과 심리에 관한 사실적 묘사가 그 어떤 작품보다 뛰어나다는 의미다. 작품의 외형적 방대함은 다르지만, 시바타 도요 할머니의 시 역시 서사적이다. 곧 자신의 인생에 대한, 혹은 겪은 일에 대한 지극히 솔직하고 담담한 감상을 그린다는 뜻이다. 미화하거나 연민의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과장이 없다. 그래서 그녀의 문학 그래프도 직선을 그린다.
자극에 익숙한 현 세대에게는 자칫 지루함이 될법한 시인의 이 관록과 초연함은 사실 많은 사람들의 동경을 이끌어냈다. 그녀의 시집에 쏠리는 거대한 관심이 이를 증명한다.
한해를 마무리해야하는 12월이다. 머릿속으로 올해의 그래프를 그려보자. 어떠한 모양이 완성되는가. 만약 눈을 어지럽히는 높고 낮음이 보인다면, 평가를 잠시 유보해보는 건 어떨까. 우리가 겪는 일이라는 게, 개개의 좋고 나쁨을 쉽게 따질 수 없게 만드는 ‘연관성’이라는 강한 고리에 엮여있으니까 말이다.
끝은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것 같다. 시니컬한 유머를 즐겼던 커트 보네거트도 이 땅에서의 삶을 마감한 후 천국에 가서 어떠한 일들이 좋은 일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물어보겠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과도한 해석은 버리고, 여유로운 시각과 마음으로 한해의 삶을 돌아보자. 그리고 함께 노래해보자. “2011년, 살아있어 좋았어!”
노유미 /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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