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시나무(Aspen Tree) 노오란 낙엽으로 가을이 한창 무르익은
비숍(Bishop)의 사브리나 호수(Lake Sabrina) 가는 길목에는
커다란 낙엽 참나무(Oak Tree) 한 그루가 외따로이 서 있다.
숲을 이루지 못한 채 홀로 서 있는 그 나무는 외로워 보이지만
실상 홀로 서 있으므로 해서 길의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먼 길에 지친 나그네가 그 아래에서 쉼을 얻고 길을 물을 때,
그렇게 우뚝 두 팔 벌리고 서 있음으로 나무는 나무 그 이상이다.
구태여 손으로 가리키며 말하지 않고도 길을 일러주는 것이다.
도토리로 들짐승들을 키우고 또 다른 겨우살이를 마련케 해주며
이 들판에서 짝을 찾고 알을 낳아온 새들이 날개를 접으려 할 때
속속들이 나무에게 날아들며 깃들 수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사람들은 이 땅에서 봄 여름 가을 맞기를 수 십 번뿐이지만
나무는 그 보다 더 긴 세월을 묵묵히 견디어 오고 있다.
나뭇잎들이 바람과 몸을 비비어대며 자근자근 말소리를 내면
가을도 이제 더는 못 머물고 겨울이 오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때를 맞추어 바람이 세게 불며 찬 비가 내리는 일도 어김이 없다.
하나의 나뭇잎 속에 조차 얼마나 많은 색깔들이 감추어져 있는지
이 산 저 산 다 돌며 지나온 햇살 한 자락씩 골고루 나누어 가져
더러는 붉고 더러는 노랗게 물들었다가 일제히 떨어지고 만다.
한 때 푸르른 시절이 있었지만 때가 되어 남김없이 다 내어주고
흙과 자연으로 돌아가는 이치는 얼마나 겸허스러운가. 빈 가지만
남은 채 홀로 서 있는 참나무에게서 그 비어있음의 철학을 배운다.
문우(文友)의 어머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한국 방문 도중에
뇌출혈로 쓰러지신 후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하신 채 여든 다섯의
연세로 이생에서의 삶을 다 하신 것이다. 살아 생전의 그 곱고 또
연세에 비해 건강하시던 모습을 기억하는 나로써는 가족의 슬픔
만큼은 못하겠지만 무척이나 충격이고 마음이 아팠다.
먼저 하늘나라에 가신 어머님과의 재회를 소망하며 슬픔을 달래고
있는 그의 가족들에게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의 위로를 전한다.
온갖 비바람과 눈보라를 견디며 나무가 자라듯이, 사람 사는 일에
예기치 않은 일이 닥칠 때 그 슬픔을 함께 나누며 위로가 되어주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다면 그 중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 아닐까?
자신이 가진 것 아낌없이 다 내어주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나무처럼
문우의 어머님의 삶도 아마 그러하셨을 것이다.
이 한 세상, 우리는 모두 무엇을 남기며 무엇으로 돌아가는가…
누구에게나 겨울은 온다. 그것이 어쩌면 마지막 겨울일 수도 있고,
새로운 봄을 위한 더 나은 준비일 수도 있다.
올해도 저물어 가는 지금 나는 이렇게 희망의 글귀를 쓰고 싶다.
“삶이란 아름답고 눈부신 것, 더욱 사랑하며 살아볼 만한 것--
내일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 남은 생의 첫 번 째 날을 감사히 맞을
것이고, 우리 앞에 아주 멋진 하루와 또 다른 소망의 새해가 활짝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그리하여 자신이 가진 것 아낌없이 다 내어주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나무처럼 지족(知足)과 자족(自足)의 삶을 살 것이라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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