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모두 어디로,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가?
우리는 자신이 사랑과 행복, 부(富)와 명예 그리고 더 큰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매일 조금씩 이루어 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죽는 것도 삶의 일부라고 했던가...히말라야 8,000m 이상의
고봉 14좌를 포함해 지구 3극점(에베레스트, 남극점, 북극점)등정에
성공하여 세계에서 처음으로 ‘산악 탐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였던,
저 눈발에 검게 탄 얼굴의 박영석 대장을 모르는 이 없으리라.
그런 최고의 산(山)사나이가 산으로 돌아갔다. 죽을 고비를 수 없이
겪었어도 ‘산악인은 산에 못 가면 사는 맛이 없다’며 현역으로 남아
있기를 끝까지 고집하던 그가 지난 달 18일,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남벽에 새로운 코리아 루트의 개척을 위해 목숨을 건 위험한 도전에
나섰다가 다른 두 명의 젊은 동료 대원과 함께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안타까운 이름이 되었다.
변화무쌍하고 험난한 대자연 앞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전히 너무
미약하고 나약하지만 거대한 눈사태 속에서도 오롯이 산 사나이로서
불굴의 도전 정신을 남기고, 또 이제까지 서양인들이 거의 주도해온
산악 탐험사에 커다란 한 획을 그은 몇 안되는 동양인 중의 한 사람
이었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
그런가 하면 <혼자 산으로 간 펭귄>이라는 실제의 이야기도 있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산을 향해 이동하는 펭귄의 모습을 담은 베르너
헤어조그(Werner Herzog)의 <세상 끝과의 조우,(Encounters At
The End Of The world, 2007> 라는 다큐멘터리를 인상 깊게 보았다.
남극의 ‘케이프 로이스’ 라는 곳에서 서식하는 수 만 마리의 펭귄들은
각자 자기들 짝을 찾아 알을 낳으며 먹이를 찾아 번갈아 이동하지만
그 중에는 방향 감각을 잃고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잡아다가 무리 속에 넣어도 다시 산으로 간다고
하는데, 왜? 어째서? 라는 강한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바다로 가는데 홀로 광활한 대륙을 향해 수 백 Km나 뒤우뚱
걷다가 기어가고 있는 펭귄을 단지 무모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혼자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감행하며 그에 따른 위험조차 감수하면서
생의 마지막 여행을 하는 순례자 펭귄처럼, 나는 내가 추구하고 성취
하고자 하는 문학과 예술의 경지를 향해 끝까지 도전할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의 문답을 가져 보았다.
이민을 온 뒤, 현실에 매이느라 그 동안 잡아 보지 못한 붓들을 꺼내
만지작 거리기도 하고, 한 구석에 방치되어 있는 캔버스의 빈 화폭을
한참이나 응시하기도 한다. 죽기 전에 꼭 가 보아야 할 몇 곳들이라는
리스트를 보며 세계 여기 저기를 상상 속에 여행하기도 한다.
첫 시집을 내고 사진첩을 내고...불원간 그 꿈들은 이루어 질 것이다.
그리고 비록 무모하다고 할 지라도 자신의 꿈꾼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싶다. 꿈이 없는 것이 문제이지 늦게 꾼 꿈이라는 것은 없다.
이 나이에 이미 많은 것을 이루어 놓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도, 괜한
열등감을 가지지도 않고 싶다. 정작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은, 그 모든
일을 잘 해낼 수 있는데도 이런 저런 여건과 핑계를 대며 계속 미루어
놓는 일이 아니던가...
<산 사나이가 산으로 돌아간 일>과 <혼자 산으로 간 펭귄>이야기는
내게 잠자고 있는 창작의 의욕들을 다시금 일깨우는 불씨가 되었다.
어떠한 일을 하든지 간에 그것을 움직이는 주체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과, 그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열정과 함께
때로 무모하다 할 지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나아가는 도전
정신이 요구되는 싯점에 이르른 것을 비로서 깨달은 것이다.
그 깨달음을 통해 이번에야 말로 새로운 변화가 생기기를 작정한다.
이 세상에 아무 이유 없이 그저 다가오는 우연한 삶이란 없기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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