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병원 생활을 하기 전까진 특별히 무서운 게 없었다. 그러나 미국 땅에 정착을 하면서 한 가지씩 무서운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중 지금까지 가장 무서운 건 간염과 의료보험이다. 간염은 별게 아니라고 생각을 해 왔는데 내과 병동, 간이식 병동에서 일하다 보니 만만히 볼 질병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간단하게 예방 할 수는 있지만, 일단 병에 걸리면 삶의 질은 최
하가 되고, 그렇다고 간 이식을 한들 결국은 면역 억제제로 인한 후유증에 죽지 못해서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간염은 예방과 치료의 길이 있어서 그렇게 두렵지는 않다.
하지만 의료보험은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존재이고, 미국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이자 단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3살 때 크게 다쳐서 매년 겨울방학만 되면 수술을 해야만 했었다. 그래도 병원비 자체를 걱정하시는 부모님을 본 적이 없었고 나 역시 걱정해 본 적이 없었다. 보험으로 100% 커버가 안된다 할지라도 병원비가 한국은 미국에 비해서 많이 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위대한 미국에서는 그렇게 매년 수술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 되면 어느 순간부터 의료보험 갱신이 안되어 무보험자가 되고, 직장보험의 프리미엄을 높이는 원인으로 간주가 되어 해고의 위험이 따라오기도 한다.이런 사실을 알고, 보고, 들은 나에게는 ‘의료보험’이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다.
다행히 병원에서 일할 때는 의료보험이 있었고 병원을 그만 둔 지금은 코브라 제도로 예전에 받던 혜택 그대로 일년에 몇 천 달러내면서 의료보험을 유지하고는 있다. 코브라 없이 똑같은 프리미엄을 유지하려면 현재보다 3~4배 이상의 돈을 내야 한다. 코브라가 끝날 내년에 과연 어떻게 의료보험을 유지해야 할지 지금부터 내 머리를 지끈하게 만든다.
하지만 난 한국사람이다. 그래서 한국 의료보험을 믿고 ‘그래 너무 아프면 한국가자’ 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오늘 내일이면 더 이상 기댈 수 없는 일인듯 해서 가슴이 답답하다. 지금 한국 신문을 달구고 있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문제가 되고 있다는 12가지 조항 중 한 가지인 ‘공기업 완전 민영화’ 의 조항에 의해서 국가에 속한 의료보험공단이 민영화된다면
미국의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비싼 보험료를 낼 돈이 없는 사람들은 마치 내 필리핀 동료들의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처럼 치료를 포기하고 그냥 죽어야 한다.
게다가 지적재산권 규제조항으로 인해서 한국기업에 대한 지적 단속권을 미국이 직접 관리하게 되면 값이 싼 복제약 대신 미국의 비싼 오리지널 약을 어쩔 수 없이 사 먹어야 할 수도 있다. 나는 한국 간호사로서, 미국 간호사로써 양쪽 국가의 의료시스템을 겪었고, 환자의 입장에서, 의사의 입장에서, 병원의 입장도 되어봤었다. 그래서 더욱 더 가슴이 답답한 것이다. 한국의 의료보험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민영화를 하는 건 아플 때 치료를 받아야
하는 국민의 기본 권리를 국가가 지켜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오바마도 미국의 의료보험을 개혁하려고 했었는데 왜 그걸 절대적 우방국인 한국에 넘기려고 할까? 차라리 대한민국 보험제도를 미국으로 들여올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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