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한국 정치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시민사회 세력의 대표를 자처한 범야권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는 10년 집권 경험을 가진 민주당을 ‘불임 정당’으로 만든 데 이어 올해로 14돌을 맞는 대표 보수정당 한나라당의 기세를 꺾었다.
2011년 `대한민국 정통 정당’이 국민의 불신에 직면한 것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정당에 정치를 위임해온 유권자들이 정치 주체로 역할하고자 하는 욕구가 분출된 것으로 평가된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은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정치 참여 수단과 결합해 증폭됐다.
문제는 `새로운 정치’를 향한 욕구의 확장성이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제3의 정치세력’이 회자되고 있다. 기성 정치권을 한차례 제압한 시민세력이 여세를 몰아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거대한 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재로서는 `제3 세력’의 모양새와 정치 행태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다만 박원순 당선자에 이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라는 `카드’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상태다.
동시에 야권의 통합 논의가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이른바 야권 전체가 한 데 모이는 `빅텐트’의 중심축을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기성 정당이 아닌 `제3의 세력’이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박원순 후보의 당선으로 제3의 세력이 정당의 모습을 갖추려 할 것"이라며 "이어 야권 통합의 중심이 민주당에서 제3의 세력으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기성 정치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개념 학생’, `개념 직장인’ 등으로 불리는 점도 단순히 넘길 일은 아니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2학년 학생인 김모씨에게 "제3의 세력을 지지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의 답변은 "기존 정당과는 다른 것을 추구할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것"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을 강타한 바람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새정치’를 내세운 그룹이 기성 정치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일단 박수를 받았지만,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밖에서 비판하는 것은 쉽지만, 제도의 안에 들어가 스스로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느냐. 안철수 원장만 해도 정치ㆍ경제에 대한 문제점을 많이 지적했지만 본인 스스로 어떤 개혁을 해왔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한 40대 직장인의 말은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
한 30대 회사원은 "지금의 신드롬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겠느냐"며 "기존 정치세력을 무시할 수 없고 제3의 세력이 출범해도 조직과 추진력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총선ㆍ대선에서 역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이번 서울시장 보선으로 `생존의 위협’을 느낀 정당들도 당장 대변혁에 착수할 태세다.
내년 총선ㆍ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심을 읽은 정당들이 전열을 정비, 스스로 `새정치’의 주체로 나설 경우 상대적으로 새로운 세력의 출현 및 확장 가능성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시적 바람에 편승해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노리고 출범한 정당은 단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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