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길에 오른 기간이 약 1달에 불과했지만 하루가 1년이 되는 것처럼 지치고 힘든 피난길이었다. 생각만 해도 다시는 이러한 힘에 겨운 피난길이 평생 2번 다시 오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들 이었다. 내가 다니든 초등학교는 군인들이 주둔했고 임시로 세워진 가건물에서 학생들은 공부를 했다.
형산강을 가운데 둔 양쪽 제방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이때는 이미 미군이 전투에 투입되어 상당한 숫자의 미군이 전사되었고 실제로 전사된 미군 시체를 몇 차례나 보았다. 제방 중턱에 많은 호를 파서 서로가 맹렬한 교전을 벌렸든 흔적들을 강 제방 언덕 여기저기 쉽게 볼 수 있었고 10발씩 장착된 총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도 했다. 강 제방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뜯어 먹이기 위해 소를 키우는 농가에서는 소를 몰고 풀을 먹이기도 하고 또한 소먹이로 풀을 베어가는 사람들도 매일 마다 많았다. 소를 먹이는 사람들 풀을 베는 사람들이 전쟁터에서 아군 과 적군이 흘러버리고 간 탄알들, 터지지 않은 수류탄, 야포 등을 주서 호기심에서 이리저리 만지작거리고 돌로 치기도 했다. 그러다가 뇌관을 건드려 폭발된 사고로 사람이 그 자리에서 죽기도하고 또한 팔 다리가 잘려 나가기도하는 사고가 한 동안 거의 매일 있다시피 했다. 몸의 상반신은 각자 은신하려고 파놓은 방공호에 묻혀있고 군복에다 군화를 신은 양다리는 하늘을 향한 체 있는 전사자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군화와 군복을 가지기 위해 군화를 양손으로 힘을 주어 잡아당기면 군화만 쑥 빠지는데 이미 살은 다 썩어 없어졌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상태로 있는 경우도 있었다. 미군들이 먹다 버리고 간 통조림상자들 각종 깡통과자며 껌이며 군복이며 군화며 눈에 띠는 데로 주서 담고 또한 탄피며 수류탄이며 야포 껍질 등 돈이 될 만한 것은 다주서 모으는 사람도 많았다.
너무나 가난했기에 치열한 전쟁을 치른 후 버리고 간 각종쓰레기 더미를 뒤지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사람들이 형산강 제방에 몰려오기도 했다. 이러다가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고 팔다리를 잃어버리는 불상사도 자주 일어났다. 소에 풀을 먹이기 위해 나도 여름철에 소를 몰고 형산강 제방으로 나갈 때가 더러 있었는데 전사자의 해골이나 또는 탄피나 이미 녹슨 탄알들을 보기도 했다. 때로는 녹슨 탄알을 주서 돌로 앞부분을 찍어 열어서 탄알 안에 있는 화약을 모아 위험한 불꽃 노리를 하기도 했다. 전쟁은 한마디로 인간생명을 무참히 죽이고 살해하는 잔인하고 참혹한 살육을 서슴없이 자행하기에 피비린내 유혈의 비참한 현장이다. 이러한 참혹한 살상을 불사하고 권리 욕에 빠져버린 잔인한 위정자가 있다면 백성은 무수한 고뇌와 고통을 격어면서 억압의 사슬에서 진 눌려 살아야 한다. 6.25는 이념주의(공산주의와 민주주의)로 인해 생겨난 극에 달하는 동족상전의 극렬한 유혈전쟁으로 수백만 명의 인명피해와 막중한 재산피해를 가져왔다.
이념대결은 인간역사 안에서 그 어느 인간적 갈등과 대결보다 무서운 유혈의 참상을 가져온다는 값 비산 교훈을 6.25를 통해 뼈저리게 학습을 받은 셈이었다. 위정자는 국민다수의 뜻으로 추대되고 국민이 바라는 국민의 자유와 국민생활의 번영과 안정을 최우선 정책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국가통수권은 반드시 국민으로부터 나와야한다. 국민누구에게나 허용되는 강한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임기제로 위정자의 집권 임기를 제한해야한다. 그리고 다시 국정의 수반이 되는 위정자를 국민의 의사에 따라 새로운 위정자를 자유롭게 뽑는 이상적인 제도가 바로 민주주의 제도다. 지구촌 대다수의 나라가 현재 민주주의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젠 이념분쟁은 너무나 낡고 쓸모없는 고철에 불과한데 아직도 전건대적인 이념을 논하면서 백성들을 선동한다면 너무나 가소로운 일이다.
(몬트레이 한인성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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