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사람보고 죽어라하면 욕일 수밖에 없다. 또 죽은 사람보고 살라하면 정신이 없는 일이다. 그런데 성경은 살아있는 사람보고 죽으라고 하고, 죽은 사람보고 살아있다고 한다. 그러니 성경은 제정신이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고 믿을 수 없다. 그래서 사도바울은 하나님을 위하여 미친 사람이 되었다고 했다.
사람의 목숨은 하나이다. 그런데 살아야 할 목숨이 있고, 죽어야 할 목숨이 있다. 살아야 하는데 죽는다면 그것은 죄악이요, 또 죽어야 하는데 구태여 살겠다고 하면 그것도 죄악이다. 그러니 죽는 것이나 사는 것이나 제대로 해야지 그러지 못하면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구약성경에 이삭의 두 아들이 나온다. 큰 아들은 에서이고, 작은 아들은 야곱이다. 에서는 사냥을 좋아하고, 야곱은 조용한 사람이어서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에서는 장자이기 때문에 이삭이 가진 기업 중에서 다른 자식보다 두 배를 더 갖게 될 뿐 아니라 아버지의 모든 신앙과 축복을 이어받는 특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을 야곱은 잘 알고 있었다. 야곱은 어떻게 해서라도 그 장자권을 가져서 아버지의 재산을 갖고 싶어했다.
하지만 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이나 신경을 그다지 쓰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에서가 밖에 나가서 사냥을 하고 돌아오는 중에 배가 너무 고팠는데 집에 와보니 동생 야곱이 팥죽을 쑤고 있었다. 에서는 야곱에게 팥죽을 달라고 하자 야곱은 형 에서가 가지고 있는 장자권을 달라고 했다. 그것은 그냥 지나가는 장난이 아니라 심각한 거래였다. 장자권의 거대한 축복에 대해 큰 비중을 느끼지 못한 에서는 “내가 (배고파) 죽게 되었으니 이 장자의 명분이 내가 무엇이 유익하리요(창세기25:32)” 하면서 팥죽 한 그릇에 자기가 앞으로 누리게 될 모든 축복을 순간에 넘기고 말았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구약의 “팥죽 한 그릇의 사기사건(?)”이었다. 이로 인해 성경에서는 야곱이 에서보다 더 유명해지고, 예수님의 조상이 되었다고 말씀한다. 반면 에서는 평생 한 순간의 선택의 잘못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는 후회와 복수의 삶을 살게 된다.
세상이 그렇게 힘들고 어려워도 지켜야만 하는 것이 있다. 군인은 충성을, 아내는 현명함을, 아빠는 성실함을, 일꾼은 근면을, 그리고 성도는 신앙을 지켜야 한다. 너무 쉽게 힘들어 죽게 되었다고 이것저것 다 버리면 안 된다. 농부는 농부가 되어야 하고, 학자는 학자이어야 한다. 자기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다. 성도는 그 길이 십자가의 길이다. 내가 죽어도 지켜야 하고 살게 할 것은 신앙이다. 그것을 포기하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사람의 몸을 입고 오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말씀하시되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깨어 있으라 하시고(마가복음14:34)” 예수님께서 “죽게 되었으니”는 에서가 “죽게 되었으니”와 같은 말이다. 그러나 에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한 무책임이었고, 예수님은 포기할 것을 포기했던 희생적 죽음이었다. 그게 다른 것이다. 예수님은 죽기까지 힘들어도 살려고 버둥거리지 않고 과감히 자신을 내어 던졌다. 그래서 많은 사람을 살린 것이다. 죽기까지 힘들어도 죽음의 길을 걸어가신 것이다.
사랑과 겸손, 그리고 믿음은 내가 죽게 되어도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미움, 욕심, 부정 등은 내가 죽을 만큼 힘들어도 버려야 한다. 그것이 나를 살게 하고 우리를 살게 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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