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 워싱턴 동포사회에 쇼뱅들이 나타나서 오싹하다. 이게 어제 오늘일도 아니고 해서 동포사회는 17세기 미몽을 헤매고 있다는 느낌이다.
쇼뱅(N.Chauvin)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1780년 프랑스의 로체폴에서 태어나서 1798년 나폴레옹전쟁에 참전하였다. 열일곱번이나 부상을 당해서도 “친위대는 죽을 뿐 항복하지 않는다”는 통념을 만들어 냈던 이른바 쇼비니즘(chauvinism)의 창시자 같은 존재이다.
공화제 프랑스가 몰락할 무렵에는 거의 노인으로 사실상 전쟁 참여가 불가능했는데도 전쟁의 화신이 되어 전쟁터를 살아 돌아다니는 각색된 전쟁영웅이자, 1815년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도 그 국수적이고 맹신적 애국주의가 한동안 맹위를 떨친다.
위설 된 이 맹신주의 앞에서는 전쟁에 반하는 어떠한 논쟁도 있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침묵하는 것도 배신자요, 적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몰아 부치는 상황에 이르게 한다.
무슨 회장님, 위원님, 총재님, 정치적 수사(修辭)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철학적 사유(思惟)가 뒷받침되지 않는 글쓰기는 채 3년을 지탱하지도 못하고 수명을 다한다.
좋다. 신념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고 하자. 최소한 자기신념만 주장하고 거기에서 멈추어야 보기에 추하지가 않다. 어떤 직함을 가졌었느냐 보다는 어떻게 그 직무를 수행 했었느냐도 생각해 보는 것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생각해야 함은 물론이다.
어느 개인이 무조건 정부의 입장을 지지해야 하고 국익을 대변해야 한다고 믿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가 결코 아니다.
벌써 24년 전의 일이다. 금강산댐이라는 매카시즘이 분 적이 있다. 북괴가 계획한 저수량 150~200억 톤의 댐은 순식간에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 가공할 수공 무기였다. 당시 금강산댐은 핵폭탄이나 수소 폭탄에 비유되었고 하룻밤 만에 서울 시내가 완전히 수몰되는 현란한 그래픽을 선보였다. 학자들이 앞장섰고 언론이 멍석을 깔아 주었다. 시민들은 연일 궐기 대회를 열었고 평화의 댐을 세우기 위해 성금을 모금했다.
그때 당시는 추호의 의심도 없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다음에야 완공했다. 씁쓸하기 짝이 없는 기막힌 대국민 사기극이 되어버렸다.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게 있다. 오컴의 면도날을 설명하자면,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불필요한 가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면, 간단한 쪽을 선택하라’는 뜻이다.
여기서 면도날은 필요하지 않은 가설을 잘라내 버린다는 비유로, 필연성 없는 개념을 배제하려 한 “사고 절약의 원리”(Principle of Parsimony)라고도 불리는 이 명제는 현대에도 과학 이론을 구성하는 기본적 지침으로 지지받고 있다.
“천안함이 왜 침몰했나?” 가 아니고“천안함을 북한이 했느냐 안했느냐?”로 어느 순간부터 자르고 나서 다른 가정은 일체 들어설 여지를 두지 않는다. 오컴은 또한 “쓸데없는 다수를 가정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초보적 해상 경계임무에 실패한 책임을 모면하기위해서 해군은 증거를 조작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했다. 왜, 무엇 때문에 감추었나. ‘그것이 알고 싶다’가 평범한 한국민의 의구심인 것이다. 무슨 반대까지도 아니다. 그렇게까지 자지러질 이유가 있겠는가!
한국 근세사는 굴곡 그 자체다. 일제에 부역하는 놈들을 대부분 그대로 두었다. 독재자를 처형하지도 못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학살자도 버젓이 행세한다. 비굴한 역사가 메카시즘까지 다시 불러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벌써 50년대 그 살벌한 냉전상황에서도 빠른 속도로 매카시 의원을 같은 공화당내에서부터‘또라이’로 ‘왕따’시켜버렸다.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매카시즘을 붙들고 있는 곳은 한국도 아니고 워싱턴 한인사회일 것이다. 같은 신문을 펼쳐 보는 것조차 창피하다. 아직까지도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 줄을 모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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