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곳 한국 신문들을 보니 워싱턴에서도 일본 재해민을 위한 모금 운동이 사회 각 계층, 종교계, 언론계 등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제 이곳 미국의 한국계 한인들의 모금 운동이 전환점이 되어, 그 동안 주로 기성세대들에 의하여 쳐졌던 한일 간의 답답한 장막이 벗어지고 진정한 이웃이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것이 나의 간절한 바람이다. 따라서 나는 모금 운동에 대해서 대찬성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현재까지는 잘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일단 모금된 돈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시점에 와서는 나는 우리 모두 지혜를 모으자고 말하고 싶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으나 이러한 가정을 한 번 해 보자.
학창시절을 같이 보낸 동창생이 있다. 둘 다 똑똑해서 또 가까워서 친한 친구이자 은근한 경쟁의식도 있다고 하자. 그런데 한 명은 삼성이나 현대 같은 재벌 총수가 되었고, 한 명은 건실한 중소기업 사장이 되었다. 그런데 그 재벌 총수의 부인이 죽었다고 치자. 그 중소기업 사장이 조의금으로 돈 봉투를 들고 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상가 집에 가서 밤새도록 ‘고스톱’도 쳐 주고 술도 마시며 좀 시끄럽게도 해 주고, 상주와 과거 추억담으로 피로를 풀게 해주는 것이 좋을까? 아니 도대체 그 재벌 친구에게 조의금이 얼마나 또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우화를 생각하면서 나는 두 가지 사실을 좀 더 생각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첫째가 아이티나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의 재앙이 아니라 일인당 연간 국민 소득이 4만불이고 해외 자산이 세계에서 일등인 이러한 나라에, 모금한 돈을 사진 한 장 찍고 일본 적십자나 일본 대사관에 전달하는 것이 이 최선이냐 하는 것이다. 둘째가 워싱턴 교포들의 모금액이 과연 얼마가 될 것이며 그 금액이 한국이 모금한 금액의 0.1%나 천분의 일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수의 사람들이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참여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 말은 당연하다. 그러나 나는 같은 돈이라도 경제적인 효과로 볼 때 그러한 단순한 모금 전달이 최선책이 아니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그 모금한 그 금액을 서로가 마음을 열수 있고, 위로를 넘어 그들의 멍들어 있는 정신적인 패닉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움에 쓰자는 말이다.
나는 얼마 전에 그들에게 절제를 풀고 마음껏 울게 하도록 돕자고 했고 그래서 울음을 가르치고, 한의 판소리를 가르쳐서 정신적인 치유와 회복에 도움을 주자고 하기도 했다. 사실 그들에게 금전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위로와 여러 가지 방법을 위하여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나는 거듭 주장하고 싶다. 그러니 그 모금한 돈을 좀 다르게 쓰자고 말하고 싶다.
그 방법 중 하나로 내 좁은 생각을 나름대로 이야기 해야겠다. 이곳 재미 일본 대사관을 통하거나, 일본 시인 협회 등을 통해서 이바라기현 등 쓰나미 피해 지구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쓰나미를 주제로 하는 시와 수기를 다음과 같이 공모하자.
초등학교는 일본어, 중학교는 영어로 했으면 하고, 주최는 이러한 행사의 연관성이 있는 어느 단체가 맡으면 될 것이고, 상금은 모금한 금액 중 모두 일만 달러면 충분할 것 같다. 물론 최우수자 각각 한 명 정도 비행기 초청이면 금상첨화일 것이고….
그러한 글쓰기가 현재의 고통 속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아주 훌륭한 정신적인 위로와 치유의 최선의 방법 중에 하나라고 나는 감히 장담한다. 거듭 이야기 하지만 우리 워싱턴 교포의 모금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경제 논리로 모금액 사용을 다시 생각해 보자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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