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W.H. 오우드는 현대를 일컬어 불안과 염려의 시대라고 말했다. 지난 3년은 특히 경제적인 대불황으로 수백만 명의 실직자가 생겨나고 집 융자 상환금을 갚을 수 없어 집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이로 인한 은행의 재무구조가 악화되어 도산하는 은행이 많아지는 등 경제로 인한 고통이 커지고 있어 시인 오우드의 말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자동차 가스마저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면서, 이러다간 이번 불황이 더 계속되는 것이 아닌가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작년 10월 발표된 통계를 보면 미국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항우울제의 사용이 21%나 늘었는데, 이는 경제적인 불황이 개인의 정신적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쳐 우울증 환자들을 많이 양산하고 있는 증거라고 한다.
며칠 전, 아침에 NBC 방송의 ‘투 데이’ 프로그램에서 유명한 재정 상담가인 ‘수지 울먼’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에 의하면 3년 전까지는 ‘아메리칸드림’이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소유한 집의 가치보다 더 많은 모기지를 가진 집 주인들이 어떻게 하면 빨리 집을 팔아 치우느냐에 관심을 쏟고 있어, 이젠 아메리칸드림의 내용이 집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집을 팔아 치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소위 말하는 ‘언더 워터’ 집들이 더 많이 시장에 나올 것이란 비관적인 예상은 우리 모두를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염려는 현대인들의 정신과 육체를 무섭게 파괴하고 있다. 며칠 전 10여년 전 나의 회계사무실의 고객이었던 A씨와 상담을 했는데, 그는 큰 절망에 빠져 있었다. 나는“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 괴로움은 그날에 족하니라"라는 성서의 말씀으로 위로해 주었다. 물론 누구나 앞에 닥친 역경을 생각하면 암울하기 그지없지만 성서의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나 더 할 수 있느냐"는 성서의 말씀대로 염려는 닥친 고난을 더 악화시킬 뿐 전혀 유익하지 않다.
톨스토이는“사건보다 해석이 중요하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맞는 말이다. 똑 같은 상황 하에서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관점’이 삶의 질을 다르게 한다. 나는 최근에 실제로 그런 경험을 했다. 잘 아는 분인데‘이분 또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갖고 있던 좋은 집을 포기하고 그냥 나왔다. 어떻게 위로의 말을 할까하고 망설이던 나에게 오히려 자기를 위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본인은 30여년 전 미국에 올 때 거의 빈손으로 왔는데 이젠 자녀들이 출가하여 잘 살고 있고 부부 모두 건강하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도 살만하고, 미국정부에서 주는 은퇴연금과 자녀들이 조금씩 도와주는 돈으로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분은 오히려 싱긋 웃으면서 자기에게 바뀐 것은 그저 생활양식뿐이지 삶의 내용은 아니라고 했다.
이런 분의 낙천적인 해석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지혜이다. 유대인이 쓴 탈무드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을 염려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그러나 어쩔 수 있는 것을 염려하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2차 대전시 히틀러에게 600만 명이나 살육을 당하는 등 역사상 가장 고난을 많이 받은 유태인들이‘디아스포라’로 유럽 각지를 유랑하면서도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인생에 대한 이러한 여유와 긍정적 해석 때문이었다.
탈무드에는 또한 이런 말도 있다. “백년을 살라, 그러난 내일 죽을 것처럼 살라"는 말이다. 이는 인생의 단위를 몇 십 년이나, 몇 년 또는 몇 달이 아니고 하루 단위로 살라는 이야기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오늘 뿐이라고 생각하면, 내일 일을 걱정하는 일은 헛된 일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오늘 하루이고 내 주위의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도 오늘 하루뿐이라면, 우리가 용서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고, 사랑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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