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은 미국 보다 4년 늦게 1949년에 최초의 원폭실험에 성공하고 2년 후에 2차 실험, 4년 후에는 한 달 동안 최초의 공중투하 폭발실험, 최초의 수소폭탄실험을 포함한 다섯 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하였다. 소련 최초의 수폭실험은 미국 최초의 수폭실험보다 겨우 9개월 뒤지는 것이라 미국을 놀라게 하였다. 소련은 이어서 도합 715회에 걸친 핵실험으로서 1050여회의 핵실험을 실시한 미국과 40년간 핵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소련핵개발의 급속한 성공에 대하여 서구 언론들은 소련과학자들이 한 일은 소련의 스파이들이 수집한 정보를 이용하여 미국 원자탄의 카피를 만들어 내었을 뿐이라는 폄하의 태도였으며 그러한 믿음은 소련이 붕괴한 1990년대 초까지 계속되었다. 소련의 첩보공작기구인 KGB 요원들도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소련 최초의 원자탄은 당시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의 명령에 의해 일부러 나가사키에 투하된 미국의 플루토늄 탄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소련의 붕괴이후 나온 핵심과학자들의 증언은 첩보공작의 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2차 대전 전부터 이어온 소련 핵물리학의 축적된 역량과 뛰어난 과학자들의 헌신과 전폭적인 국가적 지원의 결과라는 것이다.
소련의 핵정보 수집은 미국과 영국주재의 첩보요원들에 의해 수천 쪽에 이르는 참으로 방대하고 자세한 내용이었으며, 미, 영의 핵개발상황이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정보의 내용은 핵탄의 자세한 설계내용과, 각종 물리, 역학적 계산, 핵물질들의 물성및 핵반응 특성자료, 핵물질및 각종 재료들의 생산처리가공기술과 자료들로서 현장에 참여하고 있던 과학자들이나, 엔지니어, 테크니션들에 의해 소련첩자들에게 넘어갔다고 한다. 가장 잘 알려진 예가 지난 칼럼에 인용된 핵물리학자 클라우스 푹스로 그는 독일태생의 골수 공산주의자로서 나치의 핍박을 피해 영국으로 망명하였으며 영국과학자로 파견되어 미국핵개발에 참여하는 동안 소련으로 정보를 빼돌린 것이었다. 이러한 첩보정보에 힘입어 소련의 핵개발이 적어도 2년 정도 앞당겨지고 막대한 개발비용의 절감이 이루어졌다는 평가가 신빙성 있게 들린다.
그러한 방대하고 자세한 정보들이 입수되었으나, 독일과 결사적 혈전을 벌리고 있던 소련은 2차 대전이 끝나고 1946년에야 철저한 비밀 속에 핵무기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다. 총책임자로서 1930년대부터 핵물리연구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바 있고 과학기술 개발관리의 귀재로 알려진 이고르 쿨차토프 (Igor Kurchatov)가 임명되고, 행정담당 총책임자로서는 악마의 화신이라는 악명 높은 비밀경찰의 두목 라브란티 베리아 (Lavrentiy Beria), 과학담당 실무 최고책임자에 율리이 하리톤(Yulii Khariton)이 임명되었다. 후에 물리학자로 정상급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되는 야콥 젤도비치 (Yakov Zeldovich), 안드레이 사하로프(Andrei Sakharov) 등이 핵심과학자로 참여하였다.
베리아는 비밀경찰두목의 막강한 권력으로 핵개발에 방해되는 인사복지, 인력과 물자조달, 연구소 및 핵실험장 건설등 모든 문제들을 신속히 처리 해결하였다. 쿨차토프는 자신의 연구와 관리 경험에 기초하여 구체적 핵개발 계획을 작성하였으며 핵무기관련 해외정보의 진위를 평가하였고 그 정보들을 소련 과학자들의 연구진전을 가늠하는 수단으로 또는 방향제시의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1949년 최초의 핵실험 성공후, 쿨차토프, 하리톤, 베리아는 “사회주의 노력영웅” 이라는 최고의 명예와 거금에 해당하는 부상을 수여받았으나 정보수집에 공로가 지대한 KGB 요원들은 몇 단계 아래의 표창으로 끝났다 한다. 다음 칼럼에서 이들 과학자들의 업적을 살펴보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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