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라 박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최근 월스트릿 저널은 기업 채용 시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짚었다. 한동안 약화되는 듯 보였던 명문대 출신 선호 현상이 다시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흐름은 단순한 인식의 회귀가 아니라, 실제 채용 결과와 조직 운영 경험이 누적되며 나타난 데이터 기반의 방향 전환에 가깝다. 이는 동시에, 고등학교 졸업생 채용이나 학위 비필수 정책을 도입해 온 기업들의 실험이 어느 지점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학위는 필요 없다”는 실험, 그리고 현실
2018년 이후 미국 기업 채용 시장에서는 이른바 학위 무관 고용(degree-free hiring)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Google, IBM, Accenture 등은 공식적으로 “4년제 학위가 없어도 채용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내세웠고, 이는 교육 시장 전반에 강한 파장을 일으켰다. 실제로 링크드인( LinkedIn)과 글라스도어(Glassdoor)가 공개한 채용 데이터에 따르면, 2020~2022년 사이 미국 IT·테크 직군에서 학위 요건을 명시하지 않은 채용 공고 비율은 빠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채용 이후의 성과 데이터이다. 미국 대학·기업 인재 매칭 플랫폼인 Handshake와 NACE(미국대학고용주협회)가 발표한 최근 보고서들을 종합하면, 비학위·단기 교육 기반 채용 인력은 초기 실무 투입 속도는 빠르지만,2~3년 차 이후 이직률이 더 높고,매니저·기획·프로젝트 리드 역할로의 전환 속도가 느리다고 하는 공통된 결과가 반복된다.
그리고 실제 사례를 보면 한 중견 테크 기업은 2021년 코딩 부트캠프 출신 인재를 대규모로 채용했는데 1년 차 성과 평가는 우수했으나, 3년 차에 접어들며 프로젝트 기획, 팀 간 조율, 장기 전략 이해가 필요한 단계에서 병목이 발생했다. 결국 회사는 “초기 생산성은 확보했지만, 조직을 이끌 중간 허리가 약해졌다”는 내부 평가를 내렸다. 이 지점에서 기업들은 “지금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3년 후에도 조직을 성장시킬 사람은 누구인가.” 로 질문을 바꾸기 시작했다.
기업이 다시 명문대를 보는 이유
The Wall Street Journal이 지적하듯, 최근 기업들이 명문대 출신 졸업생을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한 학벌 회귀가 아니다. 이는 장기 성과 데이터가 누적된 결과다. NACE의 고용주 설문에 따르면, 최근 2~3년 사이 “채용 시 다시 중요해진 요소로 ‘복잡한 문제를 구조화하는 능력’, ‘비정형 과제에 대한 적응력’, ‘팀 내 갈등 조정과 리더십 잠재력’, ‘윤리의식과 책임감’ 상위에 올랐다.
이 요소들은 시험 점수나 단기 기술 테스트로는 측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명문대 환경은 이 능력들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구조를 제공한다. 고강도 학업, 연구 중심 수업, 토론과 글쓰기, 동아리·학생자치·리더십 경험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사고방식과 태도를 훈련한다.
예를 들어, 한 글로벌 컨설팅 기업의 채용 책임자는 월스트릿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명문대 졸업생이 모두 뛰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겼을 때 끝까지 책임지고, 질문의 수준이 다르며, 실패 후 학습 속도가 빠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는 ‘보장’이 아니라 확률의 문제다. 기업은 여전히 다양한 배경의 인재를 채용하지만, 불확실성이 큰 환경일수록 성공 확률이 높은 선택지를 다시 참고한다. 그 선택지 중 하나가 전통적으로 검증된 교육 환경, 즉 명문대인 것이다.
대학 무용론과 명문대 회귀는 서로를 부정하는 개념이 아니다. 이는 채용 시장이 더 세분화되고 성숙해졌다는 신호다. 기술 중심 직무에서는 여전히 학위보다 실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조직을 이끌고, 판단하고, 책임져야 하는 역할에서는 교육을 통해 형성된 사고력과 인성이 다시 핵심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부모와 학생에게 이 흐름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대학에 가야 하나”가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기업이 다시 명문대를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곳이 여전히, 사회에서 인재로 기능할 가능성을 가장 체계적으로 높여주는 공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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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박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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