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내리 비가온다. 난 비 오는날이 좋다. 찔끔찔금 감질나게 내리는 비 보다 주룩주룩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나기, 억수같이 내리붓는 비가 더 운치있다. 아무생각 없이 멍하게 빗줄기를 바라보고, 리드미컬한 빗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자면 주위의 잡다한 움직임이 빗줄기 사이로, 빗소리 속으로 서서히 묻혀간다.
이렇게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친구와 함께 유리창이 커다랗고 불빛이 너무나도 따뜻한 카페에 왔다. 다양한 모양의 찻잔과, 여러 나라에서 수입된 차 종류, 장식품이 진열되어 있는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이다. 커다란 유리창이 있어 비오는 거리를 시원하게 내다볼 수 있는, 내리치는 빗줄기와 유리창을 타고 내리는 빗방울 하나하나를 물끄러미, 땅에 닿을 때 까지 바라보기 딱 좋은 자리에 앉았다. 커다란 창에 또르륵 또르륵 떨어지는 빗방울이 왜 이리 예뻐 보이는지.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며 때아닌 사치스런 느긋함, 그 평화로움이 너무 행복하다. 서로 아무말 없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허브티를 좋아하는 맞은편의 친구가, 그런 친구가 있음에 감사하다.
아스팔드 도로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유난히 반짝거리고, 아지랑이처럼 시야를 흔들어 놓기도 한다. 건너편의 오래된 동네 극장의, 촌스럽게도 커다란 전광판 전구들. 촌스런 불빛이 젖은 유리창 덕에 왠지 운치있게 보이는것이 신기하다. 비오는 소리에 느긋해진, 여유로와진 내 마음 때문일까. 건너편 극장의 불빛이 꺼졌다. 영업 시간이 끝났나보다. 불빛이 꺼지니 신호등의 빨간 불빛만 뚱하니, 딱 정육점 분위기다. 헤드라이트 불빛으로 비오는 거리를 반짝이게 했던, 빗속을 가로질러 달리던 차들도 줄었다. 불빛이 전체적으로 줄었다. 하지만 밤이 깊을수록 빗줄기는 더욱 굵어지고, 가로등 사이 사이로 젖어있는 아스팔드 길은 여전히 반짝 반짝 거린다.
영화를 보면 가끔 분위기 잡을때, 시련 당했을때, 뭔가 잊고 싶을때 비를 쫄딱 맞고 흠뻑 젖은 상태로 홀로 쓸쓸히 걷거나 망나니 마냥 소리를 지르며 뛰어 다닌다. 얼굴에 떨어지는 빗물 때문에 흐르는 눈물이 안 보여 맘 놓고 울수 있다나 어쨌다나. 하지만, 난 지금은, 비운의 주인공 보다 그저 별일없이, 아늑한 공간에서, 비오는 거리를 멍하니 바라보는 조연을 선택하겠다. 그런 여유와 삶의 잔잔한 감동이 그리운가 보다. 비를 처음 보는것도 아닌데, 이로 인해 느끼는 감정들이 신기하다. 자연이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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