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오늘은 와꺼야?”
교무실 앞을 지나던 노엘이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자 달려와 안기며 한 인사다.
지난 주, 플로리다 지역 협의회 교사 연수회에 북 가주 협의회에서 편찬한 역사 문화 교재 강사로 참석 하느라 학교를 결근 했었는데, 2주 만에 만난 아이가 이렇게 반가움을 표했다.
플로리다에 다녀 왔다고 하니 반 학생들 모두 Sea World 에 다녀 온 줄 알고, 질문을 했다.
일일이 대답하다 보니 첫째 시간 수업은「말하기」 수업이 되고 말았다.
매 주 한 시간씩 역사 문화 교재로 수업을 하다 보니 학생들은 일반 수업 시간보다 역사 문화 시간을 더 기다리고 더 흥미 있어 하고, 더 진지하게 공부에 몰두 한다.
오늘은 한국의 고유 명절을 앞두고 한복에 대해 공부를 했다.
한복의 명칭, 입는 순서, 고름 매는 방법까지 공부한 후 종이 접기로 한복을 만들어 상황 극 놀이를 했다.
바지 저고리와 치마 저고리를 각각 만들어 플라스틱 스푼 뒷면을 이용해 머리와 얼굴의 표정을 그려 넣은 후 한 사람이 남녀 역할 모두 하며 한복에 대한 생각을 말하게 했다.
대부분 학생들은 쑥스러운 듯 아주 평범한 대화를 하는데 반면, 지난 여름 한국을 다녀 왔다는 신성이는 의외의 대화를 시도하였다.
“엄마, 한국학교에 한복 입고 가야 해”.
“그래 입어”.
“한국에서는 한복 공부 안 하는데 우리 학교는 공부해”.
“한국은 설날 집에서 노는데 우리는 학교에서 한복 입고 놀아”.
한국을 떠난 지 오래 되어 지금 한국의 교육 과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잘 모르지만, 학생의 대화처럼 한국에서는 학교에 한복을 입고 가지 않았었고, 초등 학교 시절 한복에 대해 배우지 않았던 것 같고, 설날은 휴일이라 학교에 가지 않고 동네에서 어른들이 하는 민속 놀이를 구경 했던 것으로 기억 된다.
신성이는 한복 입고 학교에 오고, 학교에서 민속 놀이를 하는 것이 너무 좋다며, 무지개 한복 (색동 저고리)이 입고 싶다면서 저고리에 색칠을 해도 되느냐고 묻는다.
이렇게 가끔, 한국의 학생들보다 동포 2세 학생들이 한국의 문화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더 정확하게 역사를 알고 있기도 한다.
플로리다 주 협의회 강의에서 어느 교사 분의 말씀에 의하면 한국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중학생의 역사 상식이 동포 2세의 한국 학생보다 못해서 놀란 적이 있다고 하며, 한국에서는 한국사가 영수 과목에 밀려 대입 수능에서뿐만 아니라 공직 시험에서도 사라졌다고 안타까워 했다.
시애틀에서 만난 한 청년은 입양아로 미국에 와서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은 많은 아이들을 입양 보내는 나라로만 알고 있었는데, 한국 학교에 다니면서 한국의 뿌리와 문화를 배워 한국을 더 알게 되었다고 했다.
지난 여름, 교재 소개 및 강의를 들었던 다른 나라의 교사들도 교과서 위주의 수업보다 문화와 역사를 동영상을 보면서 수업을 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가끔 메일을 보내 주곤 한다.
일기가성 (一氣呵成), 2011년 청와대가 신년 화두로 선정한 사자 성어다.
명 나라 때, 두보의 시를 읽은 평론가 호응린이 한숨에 써 내려간 느낌을 받는다는 표현으로 ‘일기가성’이라 하였지만, 두보는 책 만권을 읽은 후에야 붓이 비로소 움직였다고 고백을 했는데, 이 사자성어를 북가주에서 편찬한 한국 역사 문화 교재에 올리고 싶다.
‘일을 단숨에 몰아쳐 해냄’이란 사전적 의미를 가진 일기가성의 이면에는 책 만권을 독파하는 준비와 노력, 끈기가 있어야 했고,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일을 미루지 않고 이뤄낸다’는 뜻을 또한 지닌 것처럼 미국 내에서, 한국 학교 내에서 절실하게 갈망하며 필요했던 사항들을 관망하지 않고 곧 시도하여, 세계 여러 나라, 미국 내 각주에서 한국 학교 교사들이 한숨에 써 내려간 느낌의 교재를 가지고 보다 쉽고 재미있게 수업할 수 있기까지 수고하신 모든 분께 고마움을 전한다.
(세종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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