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비가 계속 내렸다.
아마도 중년의 나이에 고인이 된 이를 떠나 보냄을 슬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 표현해주는 듯 했다.
몬트레이 한인회 고 김정일 부회장.
그는 살아서도 몬트레이지역 한인회(회장 문순찬)와 한인사회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더니 생을 마감한 이후에도 몬트레이 한인들에게 하나되는 모습을 실천토록 해 주었다.
지난 15일 그의 별세 소식을 듣고 짧은 인연이 있기에 아쉬워했지만 전해지는 또 다른 소식에 귀를 쫑긋거렸다.
바로 몬트레이 한인회 장(葬)으로 그의 떠나는 길을 배웅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고인과 형님-동생 하면서 수십 년을 함께 해 왔다는 문순찬 회장과 이응찬 이사장이 의기투합, 이 같은 한인회 장(葬)을 치르게 된 것이다.
간간이 뿌려지는 비를 맞으며 16일 그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몬트레이 한인회에 도착했다.
미국에서 치러지는 장례의 경우 거의 추모예배 시간이나 발인예배에 참석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장례식에 참석해보지 못한 터였기에 몬트레이 한인회 사무실에 차려진 장례식장의 모습은 무척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이 방, 저 방을 다니면서 얘기를 나누고 먹거리로 요기를 채우고...
마치 그 옛날 시골의 초상집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분양을 마치니 한쪽에 준비된 의자와 탁자에 김밥이며 부침개, 과일 그리고 술도 함께 나왔다.
장례식 동안의 음식이며 과일 등의 비용은 문 회장과 이 이사장이 분담키로 했다고 하나 각종 부침개 등 많은 이들이 집에서 먹거리나 기타 여러 가지 등을 들고 와서 부조하듯 함께 도왔다는 소식에 정이 듬뿍 넘쳐 흐르는 시골 인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자원봉사 나왔다는 한 여성분은 "한인회 장으로 치른다고 하니 집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다른 한인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나 봐요. 너도나도 자원봉사 한다고 와서 함께 장례를 치르고 있어요"
비단 이 여성분의 얘기만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이들은 집에서 먹거리를 갖고 와서 함께 나누기도 하는 등 그 모습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비쳤다.
분양을 마치고 자리에 함께 한 노인회 임원 한 분은 "아무리 아는 처지라고 하지만 이런 안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정말 잘 했고 놀랍고 훌륭한 일"이라면서 문회장과 이 이사장을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장례식이 한인회 장(葬)으로 치러질 수 있었던 숨은 공로자가 따로 있었다. 바로 한인회와 몬트레이 한국학교에 자신의 건물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건물주 허웅복 사장이다. 만약 건물의 이미지를 생각했다면 쉽게 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터인데 두말 않고 동의해 주었다고 한다.
어느 지역에서는 한인회 선거의 문제로 시끄러운데 반해 몬트레이 지역에서는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한인들의 결속력을 높여 가고 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이 같은 한인회 장(葬)이 이번 한번으로 그치는 단발성이 아니라고 한다.
문순찬 회장은 “앞으로도 힘들고 어렵게 사는 분들의 경우 한인회 장(葬)으로 장례를 치러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역 한인들이 느낄 연말의 허전함을 본국의 전통문화를 통해 외로움을 달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천 달러를 들여서 ‘국악 한마당’ 행사를 치른 몬트레이 지역의 한인회 임원들이기에 문 회장의 얘기에 더욱 믿음이 간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내 조국의 토속적인 정이었으며 사람 사는 모습이었다.
앞으로도 몬트레이 한인사회와 한인회의 따스한 인간미 넘치는 모습이 계속 되길 바란다.
<이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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