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잎사귀와 가을바람이 만들어 내는 소리가 여유롭다. 이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난 오늘 마지막 가을걷이를 할 참이다. 우선 지난해 가지치기 때 모아 두었던 나뭇가지로 모닥불을 피웠다. 한 해 동안 햇살에 마른 나뭇가지가 불을 지피기에 딱 좋다. 타닥타닥 타는 소리도 일품이지만 진한 커피향 같기도 한 나무 타는 냄새는 더 좋다. 그 속에 일하다 참으로 먹을 고구마를 은박지로 싸서 넣어두면 가을걷이 준비는 끝난다.
누렇게 여문 부추 꽃은 탈탈 털어 씨앗을 받고, 아직 싱싱한 하얀 꽃은,묶으니 근사한 꽃다발이 된다. 며칠전 비로 더 싱싱해진 부추잎은 모두 잘랐다. 겉절이도 좀 하고, 부추전도 만들 만큼 양도 넉넉하다. 깻잎도 뽑아 정리했다. 이젠 쌈거리로는 부족한 잎 크기지만 잘 솎아 찌개에 넣으면 아직은 향긋함이 입맛을 돋우기엔 충분하리라. 푸른 끼가 아직 남아 있는 토마토, 이것 역시 따서 바구니에 넣었다. 햇볕을 좋아하는 식물인데, 여름만큼 해를 받지 못하니 빨갛게 익기가 쉽지 않다. 고추도 모두 따서 채반에 널었다. 다 모아도 한 바구니도 되지 않을 내 채소밭 가을 걷이.하지만 나는 행복하다.
과일나무는 해거리를 한다는데, 우리 집 복숭아와 자두는 두해째 풍성한 열매를 맺어, 이웃들과 나누고, 바베큐 파티때 디저트로도 내고, 자두는 잼까지 만들 만큼 풍성한 열매를 주었다. 또 감나무와 무화과는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의 열매뿐이었지만 그 맛은 오랫동안 기억될 만하다. 가지가 휘도록 달린 레몬은 올해 내 정원의 마지막 과일 나무로 오늘 추수감사절 파티에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감사한 열매기도 하다.
피워 놓은 장작 위에서 아까부터 끓고 있던 물을 따르고, 레몬 중에서 작은 것으로 골라, 즙을 짜 레몬차를 준비하고, 긴 나뭇가지로 아까 넣어 놓았던 군고구마를 꺼내 차리니 근사한 새참이 되었다.
이렇게 하루를 보냈다. 기억해두지 않으면 다음날 무얼 했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을 평범한 일상들, 하지만 이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추수 감사절이다. 뭔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일상,평범함에 감사하는오늘이다. 모두들 해피 땡스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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