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전 서양 선교사들의 이상한 모습과 말 때문에 한국 사람들에게 접근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들과의 만남이 새로운 세상 발견의 길잡이가 되고 그들을 통하여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며 은둔의 나라에서 벗어난 우리지만 “외국인”들이 그리 편한 상대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제 한국 사회가 그런 타민족에게 관대해서인지 외국사람들을 쉽게 받아 들인다. 근래 통계에 의하면 불법 체류자를 포함하여 외국인의 130만이 한국에 거주한다. 참 엄청난 숫자이고 한국 전체 인구의 약 3%가 외국인이다. 우리처럼 해외에서 타민족과 어울려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이상스럽게 보이지 않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대단한 변화이고 사회의 큰 변혁이다.
지난주 경남 하동에서 개최된 이병주 국제 문화제에 참석하고 돌아와 그런 생각이 더 든다. 이번에 중국과 대만에서 참석한 작가들을 통역하는 두 여학생을 한국 학생으로 알았는데 중국 유학생이다. 두사람 모두 현대 한국문학을 전공하며 석사와 박사과정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한국문학을 공부했다는 이들의 한국어 구사가 대단하고 매너리즘도 전형적인 한국 여성이다. 지금 다니고 있는 경희대학에 중국 유학생이 약 2000명이라고 하며 전국에 중국 학생이 8만이나 9만쯤 된다고 한다. 그 이외에도 현대시를 영어로 번역하는 안선재라는 한국이름의 수사 Brother Anthony는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 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말로 발표했다. 여러가지 근대시 중에서 미당 서정주의 시와 천상병의 “귀천” 영어 번역은 널리 알려지고 있다. 벽안의 이 영국인은 이제 귀화한 한국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토론자로 참여했던 “터키의 민속 문학” 을 발표한 예르한 박사는 한국에서 우주공학사와 경영학 박사를 받고 현재 터키 문화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의 한국어는 참 유창하다. 그는 현재 귀화 신청을 한지 1년반인데 약 2년은 되어야 한국 사람이 된다고 한다. 이제 외국사람이 한국말이 유창하면 이상했던 그런 시대가 아니다. 연세대학의 언더우드 가족의 유창한 한국말 실력은 잘 알려졌는데 이제는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닌가 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공부도 하고 일도 하며 한국을 제 2의 고향으로 정착한다.
세계 각처에서 디아스포라를 이루고 사는 우리 동포에 비해 이들은 다른 모양의 한국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다. 예르한씨는 나에게 ‘돌궐’ 이라고 불리던 투루크(터키)가 고구려와 교류한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는다. 같은 우랄 알타이 언어권인 우리와의 동일어를 몇개 소개하며 그는 6개월만에 한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지금 동남아 여자들이 농촌으로 시집을 와 도시보다 더 글로벌화 되어간다고 웃는다. 미국으로 돌아오는 날이 추석이어서 외국인과 결혼한 가정을 특집으로 한 순서가 TV에 방영 되었다. 재미 있는 현상은 동남 아시아 사람과 결혼한 이들은 나이 차이가 많은데 미국이나 유럽사람과 인연을 맺은 부부 나이는 거의 비슷하다. 그들의 한국말도 역시 유창하며 다민족 사회가 되어가는 사회의 새로운 모습을 본다.
우리가 어려서 배운 일민주의와 단일민족의 개념이 이제 퇴색되어 간다. 우리는 다른 인종과 섞이지 않았다고 교육을 받았다. 동서 대학의 B.R. 마이어즈가 최근 출판한 책 “The Cleanest Race” 에서 한국 사람들은 남과 북을 막론하고 순수한 혈통을 자랑한다. 이제 한국 사회 변화의 물결이 눈에 보인다. 우리는 오랫동안 다른 민족과 어울려 살아 왔으며 그들도 우리 생활 속에서 한국인으로 살며 생활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왔을텐데 우리는 순수 혈통을 주장했다. 이제 한국 사회는 새 패러다임으로 새로운 이민을 받아 드린다. 그리고 우리 문화를 공유하며 새로운 한국사회를 이루어가는데 그들이 기여한다. 이제 한국사회는 단일 민족의 개념을 벗어나 새로운 다민족 사회로서의 장이 열리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