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바람을 맞으며
▶ 원불교 샌프란시스코교당
길을걸을 때, 마음에 아련한 그리움으로 채워지는 것을 보니 가을입니다. 어머니께서는가을이 되면 빨간 단풍잎을 식탁 아래에 끼워두시곤 하셨는데, 길을 걷다가 곱게 물든 나뭇잎들을 보니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이 가득합니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누구나가 마음 한편에 어머니께서 정성스럽게만들어 주신 맛있는 음식들이 떠오르지요. 가을바람이 쌀쌀합니다. 그래서더더욱 어머니의 따뜻한 품이 그리워집니다.
나는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먹고 자라난 열매입니다. 어릴 때부터 이 맘 때가 되면 곧잘 감기에 걸리곤 하였습니다. 감기에 걸리면 몸도 무거워지고, 머리도 아프고, 공부를 하고 싶어도 책도 볼 수 없고, 입맛도 없는 것이 여간 고통스러운것이 아니었습니다. 열이 나고 기침을 밤새 하는 옆에는 항상 어머니가 계셨지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한 생각이 있습니다. ‘엄마는 정말무쇠처럼 강한 것 같아. 내가 아플 땐 나를 밤새 간호하시고, 동생이아플 때도, 할머니께서 편찮으실 때도, 아빠가 아플 때도항상 그렇게 간호를 해주시고, 또 따듯한 죽을 만들어주시는데......그런데 나는 한 번도 엄마가 아프신 모습을 본적이 없네. 엄마는 아마도 무쇠처럼 강하신가봐.’ 라고 말입니다.
나중에커서야 어머니께서는 아프셔도 그것을 밖으로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항상 어머니에게는가족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혹시라도 우리 딸이 내가 아프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마음아파할까라는 생각에 한 번도 아픈 것을 내색 하지 않으셨던 우리 어머니. 1년 전, 그래서 많이 편찮으셨다는 소식을 한 참 지나서야 들었을 때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그래서저도 가끔 힘들 때면 이렇게 자신에게 말합니다. ‘내 안에도 어머니와 같은 초능력이 있을 거야. 힘들 때 다 힘들다고 말하지 않고 주위의 사람들을 위해서 인내하는 어머니의 힘. 나보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먼저 어루만져주는 따뜻함. 그리고 아무리힘든 상황이라도 힘들게 받아들이지 않고 웃으면서 쉽게 풀어나가는 삶의 지혜. 그리고 나는 잘 모른다고하며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겸손함. 싸움이 일어났을 때 당신 잘못이 없으셔도 내가 미안해잘못 했어 하며 먼저 사과하시는 용기.’ 이 모든 것이 바로 나의 어머니,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맑은바람을 맞으며 홀로 있음이 아주 선명하고 두렷해지는 상쾌함 속에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마주하기 좋은 계절입니다.그래서 어느 시인은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라고 노래했나봅니다. 기도란 홀로 있는 것, 홀로 있으면서 진정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것을 느끼는 것입니다. 기도란 고요한 가운데 신이 찾아오는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기도란 고요한 가운데 만물이 봄과 같이 내 마음 속에서 새롭게 움트며 살아나는 것입니다. 길가에 핀 작은 들꽃이 정말 사랑스럽고 감사합니다. 쌀쌀한 가을바람과함께 감기가 친구하자고 따라왔습니다. 그리고 올해의 가을 감기가 다시 한 번 저에게 어머니의 사랑과그리움을 전해주네요. 그래서 마음 깊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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