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마음이 바쁘다. 냉장고 문을 벌컥벌컥 열어보니 저녁반찬으로 무었을 할까 연구해 본다 .그렇다.정말 연구라고 불러도 좋을것이다. 몇년째 저녁반찬으로 우리집 식구들이 가장 좋아 할 메뉴를 생각하고 있으니 그것을 연구라고 불러야지 무슨 다른 이름으로 부를 방법이 없다. 혹 이글을 읽는 분글은 몇십년째 주부 생활을 하고 있는 내가 저녁반찬 타령이나 하고 있는 모습에 조금은 의아해 할지도 모를 일이다. 또 유독 오늘 저녁메뉴를 위해서 궁리하는 모습을 보면 뭐 특별한 일이라도 있는게 아닌가 생각 할 법하다.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오늘저녁에는 내가 꼭 가야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목청을 가다듬고 마음껏 노래하는 합창단 정기 연습이 있는 날 이기때문이다.
남편의 저녁메뉴를 최상의 디너로 만들어 주고싶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나의 정성이 담긴 환상(?)적 저녁식사를 남편이 맛있게 드는 동안 나의 저녁(사실 연습중에 잠시먹는 간식)은 너무나도 화려하기 때문이다. 왜 화려하냐고? 매주일 바뀌는 것도 합창단 간식의 즐거움 이거니와 어떤 간식이 나올지에 대한 기대감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이랴 합창단 같이 하는 나의 동료이자 인생의 친구들과의 대화는 진정 화려한 음식의 토픽이 아닐 수 없다 . 이 들과 나누는 대화의 시간 만큼 맛있고 환상적인 저녁 시간은 더 이상 없다. 그렇기때문에 나의 인생 반쪽,아니 전부라고 할 수있는 그 이의 저녁상이 화려하고 최상의 저녁상이 되어야함은 물론인 것이다.

가끔씩은 그런 질문을 받을때가 있다. 노래하는 것이 그렇게 좋으냐고. 물론 나의 대답은 “예스”이다 .이 질문을 내 자신에게 스스로 물어본적이 있다. 나는 왜 오늘 저녁도 합창단 연습에 마음 졸이며 달려 가는가? 첫째는 음악이 좋아서이다. 음과음 사이의 어우러짐이나 긴장감 도는 선율과의 만남은 내 인생에 전율을 느끼게하는 몇 안되는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들은 얘기가 생각난다. 2차대전이 끝난직후 독일 나치정권에 협조 했다라는 이유로 전범재판에 회부된 전설적 지휘자 푸르트 뱅글러는 자신의 행적에 대하여 이렇게 답변했다고 한다.히틀러 치하의 독일 만큼 베토벤의 음악이 필요한 곳이 어디 더 있겠는가? 이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얼핏 들으면 예술 지상주의 로서의 음악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실용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베토벤이나 바그너의 음악을 훌륭히 이용한 한 독재자의 모습도 엿 볼수 있기 때문이다. 푸르트 뱅글러는 그런 과정에서 볼때,ㅡ히틀러의 “음악을 이용한 통치 방식”에이용된 것이라 볼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나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등을 들을때의 음악적 감흥을 통한 전율은 그 누구도 부정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만 그럴까? 아닌 것 같다. 오늘도 함께호흡하며 노래하는 합창단 동료들을 보면서 나는 저들도 나와 같은 정서와 감동을 나누리라 확신한다. 내가 노래하는 것은 나를 만든 조물주가 나에게 준 음악과 만나는 과정이다. 그음악적 감동을 통하여 나는 내 자신에게 주어진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 하나님이 원래 지어주신 아름다운 창조의 모습을 재 발견 하는 것 이다. 오늘 저녁 발성지도시간에 들은 얘기가 아마도 내마음을 대변하는 이야기 일 것이다 “하나님이 원래주신 소리가 있잖아요? 그걸 그대로 표현 하는 거예요” 오늘도 퍼시픽 합창단 연습시간은 진지하고 즐거운 목소리들로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