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MOMA에서 3월14일부터 5월 31일까지 열린 마리나 아브라모빅의 전시회다. 행위예술가의 회고전이다. 그녀가 이루어 놓은 과거의 작품은 비디오와 모델들의 재현으로 보여졌고, 작가는 새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제목에서 보여지듯 작가가 함께하는 단순한 행위다. 그저 2층 로비에 앉아 있는 것이다. 미술관의 문이 열리기 전 작가는 2층 한 가운데 놓인 의자에 앉는다. 관객은 한 명씩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1미터 너머에 앉을 수 있다. 누구나 원하는 만큼 앉아 있을 수 있다. 세계적 거장과 함께 퍼포먼스에 참여한다. 미술관 문이 닫히면 작가는 일어난다. 700시간을 그렇게 꼼짝 않고 있었다.
이 극단적인 고행을 다시 못 볼 거 같아 마지막 날 뉴욕으로 향했다. 몸의 한계를 극복하는 예술적 실험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목격한 것은 고역스러운 인내심 테스트가 아닌 장엄한 소통이었다. 가장 단순하게 절제된 행동 속에서 거대가 두 우주가 마주하는 폭발이 터져 나왔다. 겹겹이 둘러 싸인 관객도 함께 감동하며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소통을 이루었다.
한 여인은 마리나와 마주앉고자 전날 밤12시에 왔다. 그녀가 받은 번호표는 35번이었다. 마리나 앞에 앉을지 말지는 미지수였다. 그리고 내가 서있던 그 곳 한 젊은 여인은 자기 순번이 다가오자 눈물이 그렁해져 마리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한 올 입은 옷을 벗었다. 그러나 경호원에 의해 의자에 앉을 수는 없었다. 그 뒤에 있던 여성은 해골이 그려진 잠수복같은 옷을 입었다. 각기 서있는 모습은 달랐지만 작가 앞에 마주 앉자 눈물을 글썽였다. 기다린 시간과 감격이 아닌 스스로 묻고 눌러왔던 삶의 무게를 내려 놓았고, 작가는 힘겹게 침묵 속에서 떠 안았다. 작가는 자신의 표현은 누른 채 스폰지처럼 상대의 감정을 받아 들였다. 무언의 시간 속에서 터져 나온 절규와 환희 가 온 건물에 울려댔다. 한 사람과 온전히 소통을 이루어 내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도 복잡한 장치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마주하고 침묵하면 되었다. 우리 일상 곳곳에 놓여있는 흔한 일이 2010년 최고의 퍼포먼스로 그날 선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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