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가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의 벼랑 끝 대결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두고 국민들에게 설날 큰 선물을 안겼다.

14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펼쳐진 2010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최종전에서 한국은 일본에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줬으나 이동국의 페널티킥 동점골과 이승렬의 역전골, 김재성의 쐐기골이 잇달아 터지며 3-1로 가슴 후련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승1패로 2승1무의 중국에 이어 대회 준우승에 그쳤지만 일본의 심장부에서 숙적 일본을 화끈하게 제압하면서 2차전 중국전에서 0-3으로 패한 충격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지난 2003년 5월31일 1-0 승리 이후 7년만에 대 일본전 4경기 무승행진(3무1패)에 마침표를 찍었고 A매치 상대전적에서도 39승20무12패의 절대 우위를 이어갔다. 반면 일본은 안방에서 중국과 비긴데 이어 한국에 뼈아픈 패배를 당하면서 1승1무1패로 3위에 그쳤고 오카다 다케시 사령탑에 대한 경질여론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10일 중국과의 2차전에서 충격적인 0-3 참패로 대 중국전 32년 무패행진에 급제동이 걸린 한국은 이날 배수진을 치고 나섰으나 전반 22분 중앙수비수 강민수의 반칙으로 일본에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줘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한국은 10분 후 이승렬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김보경이 상대 페널티지역을 돌파하다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을 이동국이 성공시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린 뒤 6분 뒤인 전반 38분 신예 공격수 이승렬의 통렬한 중거리포가 일본 네트에 꽂히며 경기를 뒤집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이후에도 계속 경기를 지배해나갔고 후반 25분 김재성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발슛으로 일본 골대 오른쪽 모서리를 꿰뚫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승렬(가운데)이 환상적인 중거리 슛으로 팀의 역전골을 성공한 뒤 박주호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