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12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필리스 유니폼을 입고 첫 선발 출격한다.
“실력으로 따낸 5선발자리, 절대 놓치지 않는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5선발 박찬호가 드디어 선발로 출격한다. 박찬호는 오는 12일 오후 12시10분(LA시간)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펼쳐지는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주말 원정 3연전 최종전에 선발 등판, 이적 후 선발투수로 처음 마운드에 오른다. 지난 7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경기에 0-4로 뒤진 6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던졌지만 그것은 ‘몸 풀기’였고 이번이 사실상 필리스 데뷔전이나 마찬가지다. 박찬호의 선발 등판은 LA 다저스 멤버로 지난해 7월10일 플로리다 말린스전 이후 처음이다.
지난 오프시즌 선발경쟁 기회를 주겠다는 약속만 믿고 필리스와 1년 250만달러에 프리에이전트 계약을 한 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마저 포기하고 필리스 선발경쟁에 총력을 기울인 끝에 J. A. 햅을 따돌리고 제5선발을 차지한 박찬호로선 이제부터가 진정한 생존경쟁의 시작이다. 필리스는 스프링캠프 내내 박찬호의 빼어난 성적에도 불구, 그보다는 햅을 선발로 선호하고 있음을 드러냈고 결국 박찬호가 실력으로 경쟁에서 이긴 뒤에야 마지못한 듯 그를 5선발로 임명했다. 당초 박찬호를 선발보다는 롱릴리프 역할을 염두에 두고 영입했으나 뜻밖에도 그가 뛰어난 피칭으로 선발 내정자였던 햅을 누르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결국 박찬호로선 5선발 경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금방 선발교체 움직임이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실력으로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입지를 다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시즌 초반에 뛰어난 성적으로 팀의 의심을 불식시키고 확실한 입지를 다져놓는다면 중반이후 한결 여유있게 시즌을 운영해 나갈 수 있다.
첫 등판 장소가 ‘투수들의 무덤’으로 유명한 덴버 쿠어스필드인 것은 별로 달가운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박찬호는 쿠어스필드에서 통산 5승2패, 방어율 5.66으로 성적은 좋지만 방어율이 좋지 않다. 하지만 쿠어스필드는 몇 년전부터 경기구를 가습실에 보관하기 시작하면서 그전보다는 투수들에게도 상당히 친화적인 구장으로 변했다. 시범경기에서 21⅓이닝을 던져 홈런 1개 포함, 20안타로 7실점(6자책점, 방어율 2.53)하고 특히 삼진 25개, 포볼 2개의 빼어난 내용을 보인 박찬호가 그 구위를 유지한다면 충분히 호투를 기대해볼만 하다.
WBC에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왔던 김인식 감독은 박찬호의 시범경기 모습을 보고 “전성기때보다 더 좋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 평가가 맞다면 박찬호는 올 시즌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필리스는 올 시즌 선발진이 초반부터 총체적인 난조를 보이며 1승3패 스타트를 끊고 있다. 특히 믿었던 에이스 콜 해멀스가 10일 로키스와의 시즌 첫 등판에서 3.2이닝동안 무려 11안타로 7실점하고 무너져 충격이 크다. 이런 때 박찬호가 기대이상의 피칭을 해준다면 팀내 위상이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과연 박찬호는 예전 ‘코리안특급’의 모습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정말 주목되는 등판이고 중요한 첫 출격이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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