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가운데)와 김태균(왼쪽), 정근우 등 한국의 중심타자들이 20일 다저스테디엄에서 훈련도중 동료의 타격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전 선발로 나서는 카를로스 실바.
선발투수 빨리 끌어내리는 게 관건
헤르난데스 아닌 실바 선발낙점 행운
강한 팀이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가 이길 수 있는 팀이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에 오른 한국야구가 21일 오후 6시(LA시간) 펼쳐지는 준결승 첫 경기에서 남미의 강호 베네수엘라와 결승티켓을 놓고 운명의 한판승부로 격돌한다. 지금까진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인해 한 번 지더라도 ‘다음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부터는 매 경기가 외나무다리 결투다. 이기면 살아남고 지면 끝이다.
상대인 베네수엘라는 이번 대회 4강중 투타에서 가장 균형이 잘 잡힌 팀이다. 더구나 WBC에 대해 시큰둥한 미국과 달리 베네수엘라는 국민들이 한국과 일본만큼이나 WBC에 대해 열광하고 있고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같은 메이저리거들로 이뤄진 미국팀보다 훨씬 더 열정적인 자세로 경기에 임한다.
베네수엘라는 거의 전 포지션에 메이저리거가 포진해 있다. 미겔 카브레라(1루), 호세 로페스(2루), 마르코 스쿠타로 또는 세자 이스터리스(숏스탑), 멜빈 모라 또는 카를로스 기옌(3루), 바비 아브레이유, 매글리오 오도녜스, 엔디 샤베스, 그레고 블랑코(이상 외야수), 헨리 블랑코, 라몬 헤르난데스(이상 캐처) 등 빅리거들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타선은 4강 중 최고의 화력을 갖췄다고 봐야 한다. 투수력이 전체적인 두터움에선 한국과 일본에 비해 다소 처지지만 선발요원과 마무리에선 전혀 밀리지 않는다.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인 두 우완투수 카를로스 실바와 필릭스 헤르난데스가 각각 준결승과 결승에 선발 등판하는 에이스들이며 지난해 LA 에인절스에서 메이저리그 한 시즌 세이브기록을 수립한 현 세계최고 클로저 프랜시스코 로드리게스(뉴욕 메츠)가 철문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아킬레스건은 선발투수에서 클로저로 가는 연결고리인 불펜이다.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미국에 6-15로 유일한 패배를 당했을 때도 대부분 실점은 중간계투진이 내줬다. 선발투수가 내려가는 6회부터 로드리게스가 올라오기 전까지, 즉 6, 7, 8회를 어떻게 버티느냐가 베네수엘라로서는 가장 큰 과제다.
그렇다면 한국의 작전은 자명하다. 볼이 로드리게스에게 넘어가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가능한 빨리 선발투수를 끌어내려 불펜을 불러들인다면 생각보다 손쉽게 이길 수도 있다. 반대로 선발투수 공략에 실패한다면 어려운 승부를 각오해야 한다.
베네수엘라가 준결승 선발투수로 헤르난데스가 아닌 실바를 내세운 것은 한국에게 행운이다. 루이스 소호감독은 “결승에 오르려면 준결승부터 이겨야 하는데 이번 대회 우리팀 최고의 투수는 실바였다”며 그를 낙점한 이유를 밝혔다. 실바는 이번 대회 두 경기에 선발등판, 두게임에서 2승, 방어율 0.82의 좋은 성적을 기록중이다. 하지만 한국선수들에겐 실바(11이닝 10안타 1실점 6삼진)보다는 파워피처인 헤르난데스(8.2이닝 5안타 0실점 11삼진)가 훨씬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다. 헤르난데스는 제구력이 다소 기복이 있지만 구위는 메이저리그 정상급인 투수다. 상대적으로 제구력은 좋지만 구위가 떨어지는 실바는 한국타자들이 침착하게 대응한다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선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실바의 성적(4승15패, 방어율 6.46, 153.1이닝 213안타 69삼진)은 한국타자들에게 더욱 자신감을 안겨준다. 선발 윤석민을 비롯, 19일 일본전에서 아껴뒀던 불펜 에이스들을 총동원해 베네수엘라의 핵타선을 잠재우고 중반이전에 실바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린뒤 불펜을 공략, 로드리게스에게 세이브찬스를 주지 않으면 된다. 실제로 해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현재 한국팀은 충분히 해낼 능력을 가진 팀이다.
<김동우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