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공포심을 자아내는 무수한 이민 단속 이미지를 보았을 것이다. 자녀가 보는 앞에서 끌려가는 부모, 이웃 커뮤니티를 급습한 복면 차림의 요원들, 외딴 지역에 구금된 남성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이 눈보라처럼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이 모든 혼란 뒤에 놀라운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 NBC 뉴스가 입수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자료에 따르면 취임 후 같은 기간동안 도널드 트럼프의 월 펑균 추방 건수는 버락 오바마보다 적었고 조 바이든의 수치를 살짝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자신의 행정부가 대담하게 집단 추방을 집행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실제 숫자는 그의 주장과는 판이하게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NBC뉴스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월 평균 1만4,700명을 국외로 추방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2013년 동기간 월 평균 3만6,000명을 추방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기록에 못미친다. 물론 1년동안 100만 명을 추방한다는 현 행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트럼프의 저인망식 단속은 전임자들의 추방 정책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혼란스럽고 연극적인데다가 제대로 기능하는 시스템에서 분리됐기 때문이다. 지역 법집행기관과 효과적으로 공조하고 규칙과 법 및 규범을 준수하면서 법적 절차를 확대해 신속히 처리하는 대신 트럼프는 결과보다 보여주기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학교에서 어린이들을 잡아들이고, 가족을 타겟으로 삼는가 하면 소셜미디어에 단속영상을 올리는 등 이례적인 상황을 연출해 행정부의 전략 부재로 인한 틈새를 메우려든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의 견고한 이슈가 약해진 드문 사례다. 이민은 정치적인 측면에서 그가 가진 가장 강력한 이슈였다. 오늘날 이민 문제는 그의 취약점으로 급속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근 퀴니팩 대학 여론조사에서 이민문제에 관한 트럼프의 지지율은 반대 55%, 찬성 40%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민을 긍정적으로 보는 미국인의 수는 2024년의 64%에서 79%로 올라서며 사상최고점을 찍었다. 이민 문제에 대한 지지율 잠식은 무소속 유권자들 사이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들은 교외지역 유권자들로 한때 국경강화에 동조했지만 지금은 잔인하고 과도한 이민 단속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 나온 여론조사 수치는 놀라울 정도다. 모든 서류미비 이민자 추방에 대한 지지율은 40% 미만에 불과하다. 장기체류 중인 서류미비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의견은 80%에 육박한다. 상당수의 공화당원을 포함한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드리머’들에게 시민권 취득 기회를 열어주는데 찬성한다. 간단히 말해 트럼프는 이 나라의 이민정서를 우파가 아닌 중도, 혹은 중도좌파 쪽으로 옮겨놓았다.
대중은 양 방향의 극단주의에 반발하는 듯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많은 미국인들은 국경의 혼란과 불법을 극명하게 인지했고 여기에 반발했다. 이제 대중은 트럼프의 무법하고 권위주의적인 접근 방식에 마찬가지로 강력히 반응하고 있다. 트럼프는 법적 선례와 법원의 결정, 입법부의 고유권한을 무시한다. 여기서 우리가 얻는 교훈은 명백하다. 미국인들은 이민 문제가 허세나 잔혹함이 아닌 능력과 예의를 갖춘 방식으로 처리되길 원한다.
미국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정치 시스템을 갖고 있다면 바로 지금이 포괄적인 이민개혁의 시간이다. 우리가 이루어야 할 합의의 윤곽은 이미 몇 년 전에 확실하게 제시됐다. 첫째, 망명제도는 전면적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불확실하고 관리 불가능한 현재의 상태로 남아있어선 안 된다. 망명신청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관한 분명한 수적 제한과 규칙이 있어야 한다. 망명 신청은 미국 밖에서 체계적인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는게 바람직하다.
둘째, 미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가정을 꾸려 다년간 생활해온 사람들에게는 합법적 신분 취득 경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이들을 추방시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의미가 없다. 세 번째로, 기술과 혁신에서 미국이 최첨단의 지위를 유지하길 원한다먼 고숙련 이민을 확대해야 한다.
이것이 트럼프가 치러야할 리트머스 테스트다. 그는 미국의 이민 문제 해결에 정말 관심이 있는가? 아니면 단지 정치적 곤봉처럼 이를 이용하고 싶은건가? 백악관에서 밀려나자 그는 후자를 택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의원들을 움직여 국경의 법집행 강화와 망명절차 개선을 골자로 한 강럭한 초당적 상원 이민법안을 좌초시켰다. 이제 권좌에 복귀한 그는 또 한번 이민개혁의 기회를 잡았다. 그가 이번 기회를 살릴까?
민주당 또한 중대한 선택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집권 1기에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저지른 실수는 트럼프의 악랄한 발언에 상징적인 반대를 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역할을 규정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이민법 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ICE 해체를 주장했다. 그같은 태도는 지지 기반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온건파를 소외시겼다.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소외시킨 것은 나라 전체였다. 바로 이것이 2015년 트럼프가 황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온 이후 그의 움직임에 연료를 제공한 이슈였고 그의 두 번째 백악관 입성을 도운 동력이었음을 기억하라.
이민에 관한 최근의 여론 변화는 실재하지만 허약하다. 민주당이 극좌로 방향을 잡는다면 대중은 다시 그들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다시 한번 민중의 신뢰를 얻으려면 민주당은 중도적인 위치에 굳건히 서서 안전한 국경, 강력한 법 집행, 인도적인 처우와 현실적인 개혁을 옹호해야 한다. 그것이 좋은 정치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미국을 위한 올바른 정책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다. 그러나 또한 법의 나라이기도 하다. 이민개혁은 두 전통을 모두 존중해야 한다. 지금은 공포조장 행위를 올바른 해법으로 대체하고 성과 중심에서 정책 중심으로 이동해야 할 시간이다. 여론조사는 미국이 준비된 상태임을 시사한다. 지도자들도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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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 CNN ‘GPS’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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