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야구 WBC 4강 신화 재현 성공 이후 상향조정
봉중근은 박찬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우며 이번 대회 최고 투수로 떠올랐다.
이제 목표는 우승이다.
영원한 라이벌 일본에 다시 한번 지독히 뼈저린 패배를 안기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회 연속 4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한 한국야구 대표팀이 이젠 목표를 상향조정했다. 새로운 목표는 우승. 1차 목표인 4강 신화 재현에 성공한 뒤끝에서 이는 당연한 변화다.
지난 1996년 제1회 WBC에서 한국이 아시아예선부터 파죽의 6연승을 거두며 4강에 올랐을 때도 한국은 우승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하지만 그때는 사실 목표수정이라기보다는 ‘희망사항 변경’이었다고 보는 편이 더 맞았다. 당초 세계 8강을 목표로 출정했던 한국은 기대를 훨씬 뛰어넘어 4강까지 오르자 기대이상의 성과에 그 자신마저 당황했었고 정작 4강에 올라 우승도전도 가능해진 상황에서도 ‘그래도 설마 우승은…’이라고 반신반의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준결승에서 그때까지 3번 싸워 모두 이겼던 일본에 일격을 맞고 결승진출이 좌절됐으나 억울하기는 했을망정 세계 4강까지 오른 성과에 대해 ‘신화’였다고 평가했을 만큼 그 누구도 불만을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다르다. 한국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예전보다 훨씬 자신감이 넘친다. 초대 대표팀의 분위기가 ‘우리 실력보다 잘 싸워 이기겠다’는 비장한 각오의 모습이었다면 이번 대표팀의 분위기는 ‘우리 실력만 발휘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세다. 빅리거들로 가득한 팀을 상대로도 전혀 주눅든 기색이 없다. 미국과 중남미의 강호들, 그리고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해온 일본에 대한 막연한 열등의식을 걷어차 버린 지 오래다. 누구를 상대로도 한 번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물론 그렇다고 이번 대회 대표팀이 실력에서 1회 대표팀에 비해 앞선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경험과 관록에선 1회팀이 더 후한 점수를 받는다. 박찬호, 서재응, 구대성, 김선우, 김병현 등 메이저리거들이 주축을 이룬 마운드를 앞세운 1회팀은 대회 팀 방어율 1위를 차지하며 4강 신화의 주역이 됐다. 상대적으로 2회 대표팀은 마운드는 물론 타선에서도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 경험과 관록면에서 아무래도 1회팀에 미치지 못한다. 유일한 빅리거인 추신수는 부상으로 아직 실전감각을 찾지 못해 아직까지 팀에 이렇다할 기여를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 이번 대표팀에 믿음이 가는 것이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과 젊음 특유의 패기, 그리고 똘똘 뭉치는 무서운 단합의 힘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박찬호의 빈자리는 봉중근이 100% 이상 완벽하게 메웠고 이승엽의 빈자리는 김태균이 확실하게 책임졌다. 철벽 불펜진은 2라운드 두 경기에서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철옹성을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가장 강력한 한국의 무기가 있다. 바로 사령탑 김인식 감독이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세계 최고의 전략가이자 천하 제일의 명장임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그의 전술적 움직임들을 뜯어보면 정말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삼국지의 유비와 같은 온화한 덕장으로 알려진 그지만 대회 전체를 그리는 큰 틀의 전략은 물론 순간 순간의 상황에서 그가 써온 전술과 작전, 용병술을 살펴보면 정말 제갈공명이 따로 없다. 마치 족집게처럼 경기의 맥을 완벽하게 집어내는 김 감독의 경기운영에 대해 ESPN 해설가들도 여러차례 찬탄을 금치 못했다. 겸손한 김 감독 자신은 결코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가 있는 한 한국은 우승찬스가 분명히 있다. 무엇보다도 이젠 더 이상 WBC 4강을 ‘신화’라고 부를 필요가 없다. 4강이 실력에 의해 이뤄진 이상 그것은 더 이상 ‘신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말로 진지하게 우승을 노려볼 수 있고 또 당연히 목표를 그렇게 잡아야 할 때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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