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무엇보다 나를 제일 화나게 한 것은 헤지펀드처럼 운영해온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을 구제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3일 미 상원 재무위 청문회에서 미국 최대보험사인 AIG가 헤지펀드처럼 운영돼왔다며 어떤 금융기관보다 보수적이고 철저해야 할 보험사가 방만한 위험관리 때문에 금융시장 위기를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18개월 동안 나를 화나게 한 하나의 사건이 있다면 AIG 말고는 생각할 수 없다면서 AIG는 규제시스템의 큰 허점을 이용했으며 금융상품 감시 기능이 없어 기본적으로 크고 안정적인 보험사에 붙어 있는 하나의 헤지펀드였다고 지적했다.
이는 AIG가 많은 무책임한 투자를 통해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지만,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기 때문에 규제감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금융시장 규제강화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이날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서 버냉키 의장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조했다.
AIG는 책임있는 감독기관으로부터 감시와 규제를 받지 않는 매우 복잡한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처럼 운영돼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AIG를 지원해 금융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방법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AIG 구제결정의 불가피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금융시장 안정이 없이는 경제회생이 있을 수 없다는 논리다.
버냉키 의장은 합리적인 수준의 금융시장 안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경제회복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날 청문회에서도 경제회복의 선결조건이 무엇보다 금융시장 안정임을 강조했다.
이는 전날 백악관이 AIG에 300억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더 제공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과 관련, 파산위기에 처한 AIG가 금융시스템에 추가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는 발표와도 궤를 같이한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오늘의 조치는 매우 필요했다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수방관의 위험은 용납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정했다며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추가적인 조치도 취할 태세가 돼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AIG의 작년 손실규모는 금융시장 신용경색의 충격으로 모기지와 연계된 증권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거래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바람에 작년 4.4분기에만 미 기업 사상 최대규모인 617억달러의 손실이 난 것을 포함, 993억달러에 이른다.
CDS는 채권 등 신용자산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손실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보전해주는 계약으로 보험사가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보험료를 받고 채권이 부도나거나 손실이 발생하면 원리금을 대신 갚아주는 신종 금융 파생상품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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