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미국 조지아공장 부품업체의 직원 모집에 현지인들이 대거 몰려 미국의 극심한 실업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애틀랜타에서 남서쪽으로 60마일 정도 떨어진 라그란지에 있는 `웨스트 조지아 테크니컬 컬리지’. 이 대학 교정에는 9일 부터 이틀간 2천여명의 구직자들이 몰려들었다.
기아자동차 부품업체인 세원정공의 미국법인인 `세원 아메리카’의 직원 300명 모집공고에 2천여명의 지원자들이 몰린 것. 원서접수 첫날인 9일 1천300여명이 몰린데 이어 10일 낮까지도 500여명이 몰려들었다. 회사측은 11일 원서접수 마감시까지는 최소 2천500여명에서 3천여명까지 몰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서접수를 기다리는 긴 대기행렬은 대학 캠퍼스 잔디밭과 주차장까지 길게 이어졌고, 이에 따라 지역 경찰은 대학 캠퍼스 입구에서 부터 4대의 순찰차와 7-8명의 교통경찰을 배치해 교통정리를 할 정도였다.
세원 아메리카의 인사담당인 김현범 차장은 10일 이렇게 많은 구직자가 몰려들줄은 미처 몰랐다면서 실업자들 뿐만 아니라 현재 직장에 다니는 지원자들도 많아 이들을 위해 원서접수를 퇴근시간 이후인 밤9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원 아메리카 원서접수에 구직자들이 몰린 현상은 애틀랜타 지역의 화제가 되어 첫날에는 지역 방송사들이 헬리콥터까지 띄우며 촬영해 저녁에 주요 뉴스로 보도했고, 지역신문인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도 10일 1면 주요 기사로 `긴 행렬을 이룬 구직자들’이란 제목 아래 구직자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세원측은 일단 이번에 300명을 모집한 뒤 단계적으로 모두 700명을 모집할 계획. 지난 1월 미국 실업률이 7.6%를 기록하는 등 1년전에 비해 엄청 높아졌고, 애틀랜타 지역에서만 최근 메이시스 백화점과 홈디포 등 주요 기업들이 수백명씩 해고를 하는 상황에서 나온 `가뭄속의 비’와 같은 구인광고여서 인기는 더욱 높을 수 밖에 없는 실정.
김 차장은 세원공장이 들어서는 라그란지와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는 웨스트 포인트 뿐만 아니라 애틀랜타 지역에서도 많은 지원자들이 몰린 것 같다면서 특히 고졸 출신 생산직원을 주로 모집하는데도 대졸 출신과 우수한 경력의 지원자도 많다고 전했다.
특히 작년 9월말 문을 닫은 제너럴 모터스(GM)의 조지아주 도라빌 공장과 2007년 말 문을 닫은 애틀랜타 남부의 포드 자동차 해퍼빌 공장에서 근무했던 직원들도 일부 원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ajc는 GM에서 작년에 해고되기 전까지 시간당 25달러를 벌었으나 그 보다 덜 받아도 일할 용의가 있다는 한 구직자의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실업난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조지아 주정부측도 기아협력업체의 직원 모집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협력하고 있다.
주정부의 성인.기술교육부가 주 지역에 진출한 기업들을 위해 각종 행정 지원 및 직업.기술교육을 제공하는 `조지아 퀵 스타트(Georgia Quick Start) 프로그램’ 담당 직원들을 구인 현장에 파견해 대거로 몰린 구직자들의 서류전형은 물론 공장이 필요로 하는 직원을 2-3배수로 추려내는 작업도 지원하고 있다.
`퀵스타트 프로그램’ 담당 잭키로호스키 국장은 기아자동차가 작년에 직원들을 선발한데 이어 올해들어 협력업체들이 직원을 모집하고 있어 지역의 실업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정말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1985년 대구에서 설립된 세원정공이 외국에 진출한 것은 중국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라그란지 공장은 작년 5월부터 1억7천만달러를 투자해 라그란지 캘러웨이 공항 인근 캘러웨이 인더스트리얼 파크내 약 102에이커 부지 위에 공장건설을 시작, 오는 3월말 완공될 예정이다. 이 공장은 연말부터 본격 가동될 기아자동차 조지아공장에 차제도장과 조향장치, 바디, 트림부품 등을 공급한다.
조지아 남서부의 작은 소도시로 퇴락을 거듭하던 라그란지와 웨스트포인트 지역은 지난 2006년 기아자동차 공장 건설이 시작되면서 날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기아차 공장이 들어서는 웨스트 포인트시의 인구가 2006년 2천200여명 수준에서 3년여만에 1천여명이 늘어난 것은 이를 반증해 주고 있다.
웨스트 포인트 다운타운 사거리 옆 한 주택입구에는 `Thank you Jesus for bringing KIA to our town.(기아차를 우리 마을에 오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푯말이 내걸려 있어 기아차 및 협력업체에 의한 고용효과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라그란지<美조지아주> = 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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