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지금 두 종류의 소매업소가 있다. 연말 불경기를 각오하고 있는 업소와 월마트가 그것이다. 백화점과 고급품점의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 종업원을 줄이고 가격을 낮추며 업소를 폐쇄하는 등 비용 절감을 통해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소비자들의 지출이 줄었음에도 월마트 매장은 싼 물건을 찾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월마트는 올 연말 대목을 기대하고 있다. 월마트 본사가 있는 아칸소 벤튼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리 스캇 월마트 회장은 “지금이 월마트의 시대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월마트 창립자인 샘 월튼은 바로 이런 때를 위해 월마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싼 가격 찾는 손님들로 문전성시
불경기를 기회로 고객유치 총력전
80년대 초 마지막 극심한 불황 때 월마트는 300개 미만의 점포를 가진 동남부 지역 체인이었다. 울워스 같은 구시대 전국 체인은 명맥을 잃어가고 있었고 이를 대치할 소매점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 25년간 월마트는 전국적으로 확장해 가며 점포수를 4,000개로 늘렸다. 이 회사는 미국인들 머리속에 이곳에 오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어 놨다.
한 세대 만에 처음 심한 불황에 직면한 미국인들은 자동적으로 월마트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으며 이는 회계 장부의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월마트의 수석 마케팅 책임자인 스티븐 퀸은 월마트 브랜드가 요즘 소비자들의 취향과 딱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불황이라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취소하는 집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크리스마스 경비를 줄여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월마트는 6일 매출 증가를 발표했는데 이는 이 회사 기준으로 보면 적은 수치지만 경쟁 업소 매출이 두 자리 수로 줄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증가했다는 것만도 큰 업적이다. 지난 9월 월마트와 계열사인 샘스 클럽 기존 점포의 매출은 2.4% 증가했다. 이는 경쟁업소는 물론 작년 같은 기간 1.4% 증가에 비해서도 늘어난 것이다. 소매 연구소인 소매 매트릭스사의 켄 퍼킨스 회장은 10월 월마트 매출이 2%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도이치 뱅크의 분석가인 빌 드레허는 올 연말은 “월마트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퍼킨스는 “최근까지 월마트에 가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번에는 가게 될 것”이라며 “토이즈 아 어스 등 기존 장난감 가게 매출이 주는 것과 비례해 월마트는 득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월마트는 이번 연말에 다른 경쟁 업소를 제압하기 위해 10월 초부터 매장 내 크리스마스 샵을 열었다. 바비 인형과 핫 윌을 10달러에,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5달러에 파는 등 최저 가격 보장제도 실시하고 있다.
월마트 중역들은 벤튼빌 회의에서 오만해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내 낙관적인 분위기는 숨길 수 없었다. 월마트 미국 운영 책임자인 에두아르도 카스트로-라이트는 “밤에 잠을 잘 잔다”고 말했다.
요즘 잠을 잘 자는 소매업소 주인은 별로 없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 판매고를 줄여 잡고 있으며 연말 경기가 끔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티그룹 분석가인 킴벌리 그린버거는 “10월 판매고는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 분석가들은 이미 낮게 잡은 10월 판매 예상치를 다시 축소했다. 퍼킨스는 백화점 10월 매상이 전년에 비해 9%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색스 핍스 애브뉴와 노드스트롬은 두 자리 숫자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그는 말했다.
실업과 주가 하락, 금융위기, 나쁜 뉴스 등 대부분 소매 업소의 매출을 줄일 만한 요소들이 소비자들을 할인매장으로 내몰고 있다. 월마트가 이런 추세의 최대 수혜자지만 코스트코 등 다른 할인점들도 그 덕을 보고 있다.
월마트 중역들은 회사의 성공이 전적으로 불경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월마트는 지난 3년간 복도를 넓게 하고 첵아웃 시간을 줄이며 매장 환경을 깨끗이 하는데 힘썼다. 퀸은 미국인들이 고통 받고 있으며 과거 월마트를 그냥 지나쳤을 고객을 사로잡을 기회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그는 “반드시 여기서 물건을 사야할 사람은 없다”며 “우리는 고객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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