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에 워런 버핏이 있다면 19세기에는 네이던 로스차일드가 있었다. 로스차일드 일가를 최고의 금융 재벌로 만든 인물이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유럽 전역에 걸친 빈틈없는 조직과 정보력이었다. 영국 사람들도 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이 있을 때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다.
1815년 투자가들은 워털루 전투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로스차일드는 19세기 유럽 역사를 결정지은 이 전투의 결과를 영국 정부보다 하루 빨리 알았다. 이 때 런던시장에 로스차일드가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주식을 투매하기 바빴다. 이 와중에 로스차일드는 헐값이 된 주식을 조용히 사들였다. 뒤늦게 승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폭등했다. 로스차일드 일가 번영의 토대는 이렇게 마련됐다.
장사꾼이 정보가 제일 빠르다는 것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누가 정확한 정보를 먼저 아느냐가 손익은 물론이고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를 미리 점치는 정치 예측시장도 그래서 생겨났다. 직접 돈을 거는 투자가들이 내다보는 전망이 가장 정확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지난 주 열린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한 펜실베니아 예선은 예상대로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로 끝났다. 힐러리 측은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정치 예측시장은 이번 경선 결과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예측시장 중 대표적인 WSJ 정치 예측시장에 따르면 펜실베니아 예선 결과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 시장은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힐러리가 이길 가능성을 90%로 봤다. 예선 후나 전이나 버락 오바마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은 82%로 변함이 없다. 8월 덴버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결판이 나지 않을 경우 앨 고어가 대타로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시장에 따르면 지루한 민주당 예선의 진짜 승자는 공화당이다. 텍사스와 오하이오 경선 때만 해도 민주당이 본선에서 이길 가능성은 64%였다. 그것이 이제는 60%로 줄었다. 공화당의 승률은 39%다. 세 후보 중 오바마가 백악관을 차지할 가능성은 48%, 매케인 39%, 힐러리 12% 순이다.
오바마와 힐러리가 치고받는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매케인의 주식은 오르고 있다. 반면 힐러리의 민주당 후보 지명 가능성은 텍사스 예선 당시 29%에서 펜실베니아 승리에도 불구, 16%로 추락했다. 힐러리가 더 오래 뛰면 뛸수록 신나는 것은 매케인이다.
힐러리가 아무리 애써도 이기지 못하는 것은 나눠 먹기를 원칙으로 하는 민주당 예선 룰 때문이다. 펜실베니아에서 9% 차이로 이겼지만 대의원 수는 고작 10명을 더 얻었다. 130명 이상 벌어져 있는 대의원 격차를 따라잡으려면 나머지 주에서 65% 득표율로 다 이겨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남은 6개 주 가운데 인디애나와 웨스트버지니아, 켄터키에서는 힐러리, 노스캐롤라이나, 오리건, 몬태나에서는 오바마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다.
힐러리가 유일하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경선 결과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표를 던질 수 있는 수퍼 대의원들이지만 지난 2월 이후 추세는 이들마저 뚜렷이 오바마로 기울고 있다. 총 유효표와 대의원 수에서 이긴 후보를 제쳐두고 진 후보를 민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퓨 센터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5%가 민주당 경선이 지나치게 오래 끌고 있으며 50%는 너무 상호비방에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힐러리가 8월 덴버 전당대회까지 가는 것은 자유지만 이렇게 될 경우 민주당의 본선 승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원로인 샘 넌과 데이빗 보렌 전 연방 상원의원이 오바마 지지를 선언한 것은 사실상 힐러리의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힐러리도 대통령 꿈을 접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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