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관계로 소란 피워 국민께 송구스럽다
이건희 회장 특검 조사받고 귀가
새벽 1시에 안경 쓰고 나와 피곤한 기색
출두때 의혹 부인 단호함 다소 누그러져
박상진기자 okome@hk.co.kr
약 11시간 동안 특검팀의 강도높은 조사를 받은 이건희 삼성 회장은 5일 새벽 1시가 돼서야 귀가했다. 4일 오후 2시 출석 때와 달리 안경을 쓰고 피곤한 기색을 보인 이 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을 출석 당시 했어야 했는데 잊었다. 삼성 관계로 이런 소란을 피워서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출석 당시 언론에 책임을 돌리며 보이던 단호함은 다소 누그러졌다. 이회장은 경영권 불법승계, 정ㆍ관계 로비 등 책임을 인정하냐는 질문에도 100% 인정은 안되고 건수에 따라…라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조준웅 특별검사팀으로부터 11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은뒤5일오전 1시께 취재진 및 경호원에 둘러싸여 귀가 차량에 오르고 있다.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전날 특검 수사 시작 86일만에 특검팀에 출석한 이 회장의 표정은 긴장한 듯하면서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비자금 조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짧지만 단호한 어조로 기억이 없다 모른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 기자가 삼성이 범죄집단처럼 인식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 회장의 표정은 굳어졌다. 이 회장은 목소리 톤을 약간 높이며 (삼성이) 범죄집단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것을 옮긴 여러분(언론)들이 문제가 있지 않느냐, 난 그리 생각한다고 말해 그 동안 언론의 각종 의혹 제기에 불편했던 심경을 드러냈다.
검은 색 벤츠 승용차를 타고 서울 한남동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한 이 회장은 비서실 관계자 1명, 이완수 변호사만 대동했다. 특검팀 출범 후 가장 많은 200여명의 취재진이 몰리는 바람에 사무실 2층과 3층 난간에 이르기까지 건물 내부는 발디딜 틈이 없었다.
7층 조사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건강 상태를 묻자 이 회장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고, 이런 사태에 책임을 느끼냐는 질문에는 그룹 회장이니까 당연히 책임을 느끼지라고 답했다.
이 회장 조사는 5일 자정이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특검팀은 수사 할 사항이 상당히 많아서 시간이 꽤 걸렸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수사 도중 이 회장이 자장면과 물만두를 시켜 수사진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고 전했다. 조사를 마친 이 회장은 출두할 때와 마찬가지로 조준웅 특검과 면담을 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 회장의 조사 태도에 대해 질문 취지를 정확히 알아듣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동문서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특검팀 요청에 따라 3개 중대 300여명의 전경을 특검팀 주변에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은 한남대교 위에서 벌어질 시위를 막기 위해 다리 난간에 미리 대형버스 6대를 세워 놓기도 했다.
앞서 오전부터 특검팀 사무실 주변에서는 이 회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단체와 수사 조기 종결을 요구하는 단체들이 정반대 성격의 시위를 했다. 이날 이 회장 출석 과정에서 진보신당 관계자 6,7명과 삼성SDI해고자 복직 투쟁위 회원들이 이 회장을 구속수사하라고 외치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반면 삼성특검반대 범국민연합 등 40여명의 시위대는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삼성 특검을 조기 종결하라며 시위를 했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