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한인타운의 식당가는 지금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중이다. 수년 간 지속된 경기악화와 업소의 사정 등으로 인해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뀌는 급속한 변화기를 맞고 있다.
최근 1년 이내 애난데일에서 간판을 내린 식당만 해도 양평 해장국집, 정선달, 진성가든, 수라, 늘봄, 삼보 등 7개 업소나 된다. 대부분 경영 수지 악화로 문을 닫았다는 게 식당가의 관측이다. 진성가든은 한국교자, 정선달은 맛있는 학교, 늘봄은 섹션 2로 문패를 바꿔달았다. 알링턴의 우래옥은 건물주와의 리스 문제로 인해 폐업했으나 지난해 문을 연 타이슨스 코너점이 성업 중이다.
간판은 그대로 유지하되 주인이 바뀐 식당도 여럿이다. 설악가든, 파도횟집, 장어시 광어동, 가보자, 카페 솔레와 본떼 등 6개 업소는 주인이 모두 바뀌었다.
한 업소 경영자는 “요즘은 자고나면 식당 주인의 얼굴이 바뀌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한인 타운이 생긴 이래 처음 본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인경제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식당가의 고전은 공급 과잉과 부동산 등 경기 악화로 인한 여파로 분석된다.
써니 리 부동산측은 “너도나도 요식업에 뛰어드는 바람에 한인 인구에 비해 공급 과잉을 초래해 특별한 맛이나 분위기가 없는 업소는 경쟁에서 퇴출되고 있다”며 “여기다 2005년부터 몰아닥친 건축, 부동산, 융자등 주택 관련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주머니 사정이 나빠져 외식이 크게 줄어든 것도 타격을 입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인건비와 자재의 상승 등 ‘관리비용’의 상승도 부담으로 꼽고 있다. 외갓집의 이범신 사장은 “먹는 장사 손해 안 본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라며 “재료와 인건비, 렌트비 등이 크게 올라 식당마다 고충을 겪는데다 찾는 손님마저 줄어 수익률이 크게 낮아졌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애난데일이 죽을 쑤고 있는 가운데 신흥 한인타운인 센터빌의 한인 식당가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싱싱해 싱싱어, 함지박은 주인이 바뀌었으며 일식당인 소지꾸는 아예 횟집 겸용으로 체질개선을 시도했다.
그러나 센터빌의 경우 새로운 식당들도 속속 들어서고 있어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맞은 애난데일과는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얼마 전 순두부집 황부자 식당이 문을 연데 이어 중식당 티엔도 가세했다. 젊은이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늘봄 포장마차도 문을 열었다. 현재의 루루 외에 새로운 카페형 식당도 개업 준비 중이라 한다.
한 올드 타이머 미식가는 “식당의 흥망성쇠는 경기와 함께 애난데일의 전통적 역할이 약화되고 있는 한인사회의 현재를 그대로 보여준다”며 “앞으로 식당 운영자들은 한인들의 높아진 입맛과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스로 변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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