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서 ‘한국 회사에서 정말 일 못하겠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 시간이면 끝날 일을 며칠씩 붙잡고 있고 회의라고 모여도 쓸데없는 잡담이나 하다 시간을 보내고 회식에 빠지면 조직생활 못한다고 왕따 당하고… 능력을 발휘하는 곳이 아니라 적당히 안주하고 편안히 숨어 있고 싶은 사람들의 집합소 같은 느낌, 그야말로 배부른 사람들의 신선놀음판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들어가기 전에는 다들 배고픈 사람들이었을 텐데 자리를 잡고나면 조용히 길게 가는 것에만 목표를 두는 듯하다.
흔히 말하는 헝그리 정신이 없어진 걸까. 헝그리 정신은 배고픈 시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명한 애플사의 CEO 스티브 잡스도 지난 2005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그가 읽었던 백과사전 마지막 페이지에 있던 말이라고 인용했지만 이 한마디는 그의 좌우명이자 그의 연설을 통해 감동받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꽂힌 명언이 되었다. 스티브 잡스의 인생은 그야말로 굴곡이 많았다.
다른 가정에 입양되고 대학을 중퇴하고 힘겨운 가난을 경험하고 차고에서 시작되어 세계적인 기업이 된 본인이 세운 애플사에서 해고당한 사람. 그러나 그에게는 좌절이나 낙담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해고당한 회사를 나와 또다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Pixar를 설립하고, 토이스토리를 만들며 다시 일어섰으니.
그 후 무너져가는 애플사로 다시 돌아가 연봉 1달러만 받으며 자신만의 노하우로 다시 회사를 일으키고 세계의 감성과 트렌드를 읽는 선두가 되어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누구나 그렇게 될 것만 같다. 이 밑바닥을 치고 일어설 것만 같다. 그러나 그의 성공 스토리가 더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것은 이것이 단순한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1등부터 꼴등이 존재하고 천재부터 둔재까지 다양하게 살고 있다. 내가 1등이 아니면 누군가 1등이며 지금은 꼴등이 아니어도 언젠가 꼴등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특이하고 창조적인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있기에 그 뒤에서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도 덩달아 덕을 보고 보람을 느끼는 것 아니겠는가. 문제는 얼마나 헝그리한가 하는 것이다. 내가 잘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보람은 줄어드는 것 같다.
아마도 스티브 잡스도 본인이 잘났고 최고라고 생각했다면 그런 창조정신과 아이디어가 쉽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연설에서 내가 배운 것은 나도 그 사람처럼 대단한 무언가를 만들어 낼 거야 보다는 현실에 만족하지 말고 뭔가 더 나은 것을 향해 계속 매진하자였다.
지금 한국은 취업시즌이다. 최악의 취업난이라며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불만인데기업은 늘 인재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취업시즌이 되면 성형외과가 더욱 붐빈다고 한다. 어디에 목표를 두고 무엇을 찾을 것인지 보다는 어떻게 그 자리를 꿰찰지에 더 마음이 가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Stay hungry, stay foolish’는 안주하지 말고, 과신하지 말고, 늘 새로운 도전에 마음을 열어두라는 메시지다. 인생은 생각보다 굴곡이 많아서 지금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영원히 편안하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헝그리한가? 일터에서 집안에서 우리의 마음에 한 번씩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유정민 / 텐 커뮤니케이션스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