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손의 사진 강의 (26)
영어의 포토그래피 (Photography)라는 말은 희랍어에서 유래된 말로 빛으로 그리거나 기록한다는 뜻이다. 근본적으로 빛줄기로 그린 그림이 된다. 사람의 눈처럼 카메라는 물체에서 반사된 빛을 필름 또는 디지털 센서에 기록한다. 포토그래피는 우리말로는 사진으로서 베낄 사(寫)와 참 진(眞)의 한자가 합성된 단어로 국어 사전에 의하면 물건의 모양을 있는 그대로 그리어 냄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므로 실질적인 형상을 있는 그대로 찍어내는 것을 사진 예술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에게는 피사체 심도를 응용하는 조리개도 필요없다.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표현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냥 색상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옷감을 가지고 만든 아름다운 옷들도 있다. 무슨 형체를 묘사한 것이 아니라 추상적으로 이리저리 색을 규칙적으로나 불규칙적으로 그린 옷감들이 아름다와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이 음표를 만들어 소리의 높낮이를 표현한 음악이 나오기 전부터 자연은 바람 소리, 물 소리 등으로 음악을 만들었고, 붓이 나오기 전에 아름다운 형상이나 질서정연한 형상을 만들었다. 그러므로 자연 속에서 구체적인 표현이 없어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1950년대 미국의 미술계를 휩쓸은 추상적 표현주의 (Abstract Expressionism) 운동은 전 세계의 미술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는데, 이 추상 주의자들은 어떤 눈 앞의 현실을 표현하거나 진실된 한편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전통주의적 미술을 거부했다. 대신 그들은 색깔을 강조하거나, 색깔의 물리적인 특성을 강조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사진에서도 사람, 동물, 건물 등 실체적인 주제를 나타내는 게 아니라 어렴풋하면서도 아름답게 보이는 그 무엇을 찍는 추상 개념이 도입되었다.
추상사진에서 먼저 언급되는 장면은 데스 밸리 국립 공원 (Death Valley National Park) 내의 단테 전망대 (Dante’s View))에서 내려다 본 이 계곡 바닥 (Death Valley Floor)이다. 이 밸리 바닥의 배드 워터 (Bad Water)에서 5,757 피트 바로 위에 있는 이 전망대는 매마른 호수의 추상적인 형상을 보여준다 .
추상 사진 소재로는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작가 자신의 상상의 나래를 펴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온갖 얼룩이라든지, 자연 속의 형언하기 어려운 형상이라든지 많이 있다. 결국, 우리는 추상적인 환경에 둘러싸여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체적인 확증이 잡히기 전까지는 종교도 추상적일 수 있다.
강변에서 물결이 이루어 놓은 형상이 사진 소재가 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딱 잡아 무엇이다 하기 어렵지만 충분히 예술적인 가치를 본다. 구름 사이로 잠시 나온 햇빛이 부분적으로 산을 조명하고 있는 사진도 구도에 따라 추상 사진이 될 수 있다. 강물이 바다로 흘러내려 가면서, 모래들을 가로지르며 이루어 놓은 형상이라든지 담장 나무에 낀 이끼 등등... 추상 사진의 소재는 무궁무지하다. 심지어 하늘의 구름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정확한 형상을 가진 사진만 찍을 게 아니라, 예술성을 찾아 필름에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표현 세계를 나누는 일도 자신의 사진 예술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폴 손, ktsf@paulsoh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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