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두 개의 H-1B 신청이 반환되어 돌아왔다. H-1B 추첨에서 탈락한 의뢰인들의 신청 서류들인 것이다. 의뢰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려니 가슴이 답답하다. H-1B 비자란 학사학위 이상의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발급되는 취업 비자로, 취업 이민자들의 상당수가 이 H-1B 비자단계를 거쳐 영주권을 취득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H-1B 신규 신청자들은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유학생으로서 학교를 졸업하고 이민자로서 미국 사회에 당당하게 첫 발을 내딛는 순간에 겪는 좌절일 테니, 그 좌절감과 당혹스러움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반환되어 온 H-1B 신청서들을 보면서 필자가 걸어온 길이 머릿속에 스치며 만감이 교차한다.
필자도 유학생으로 미국에 왔고, 졸업 후 직장을 잡아 로펌에서 H-1B 스폰서를 받고, 영주권도 받았다. 스스로가 취업이민의 길을 걸어온 이민자인 셈이다.
학생비자 신분으로 직장을 알아볼 때의 그 절망감, 취직이 되었다고 오퍼레터를 받고 나서 고용주가 영주권자가 아님을 알고 오퍼를 취소할 때의 그 당혹감, 또한 H-1B 신분 상태에서 영주권을 받을 때까지 고용주의 눈치를 살피며 좋은 직장이 나타나도 쉽게 움직일 수 없는 마음고생 등등. 정말 본인이 겪어 보지 않고서는 그 고민과 걱정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특히 필자는 H-1B를 신청하는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많은 신경이 쓰인다. 나 스스로가 그 길을 걸어와서일 뿐 아니라,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고 출발을 하려는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변호사로서 각별한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올해 H-1B 신청 상황은 정말 좋지 않았다. 벌써 몇 년째 계속되어 온 연간 할당량 소진사태가 올해는 최악이 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와 관계자들의 추측으로 ‘H-1B괴담‘이 돌기 시작했다. H-1B 괴담은 접수 첫날 연간 할당량이 소진되어 마감될 것이라는 추측이었고, 공교롭게도 그 H-1B 괴담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접수 첫날 이미 H-1B 1년치 할당량보다 많은 접수가 몰렸고, 그 결과 4월2일과 4월3일 양일에 접수된 H-1B 신청자들을 무작위 추첨으로 수속 여부를 결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경쟁률은 약 50%. 신청자 둘 가운데 하나는 기약 없이 내년 4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추첨에 떨어져 반환되어 돌아오는 H-1B 신청서류들을 받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 것은, 이 유능한 젊은이들이 겪어야 할 마음고생과 시련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추첨 탈락소식을 직접 전해 주어야 하는 변호사로서는 여간 속상한 일이 아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 H-1B 전쟁이 이제 햇수로 4년째다. 그리고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 가고 있다. 이제 H-1B의 문제는 미국과 관계없는, 외국에서 온 단기 취업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경제, 사회에 큰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이미 MS를 비롯한 1,000개가 넘는 미국회사들이 H-1B 연간 정원 증가요청에 동참하고 있는데, 이는 좋은 인재를 사용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미국 사회 내부에서의 요청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얼마 전 타결된 FTA를 생각하면서, FTA를 체결한 칠레, 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FTA와 함께 자국민에 대한 전문직 취업비자 혜택을 받은 것과 같이, 이에 대한 본국 정부의 노력도 기대해 본다. H-1B를 신청하는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은 미주 한인사회의 기둥이 되며, 본국 경제의 큰 힘이 될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김한신 변호사/김 앤 민 법무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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