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겹친 불운에 대거 5점을 내준 박찬호가 망연자실한 채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이럴 수가…”
말린스에 말렸다
4이닝 동안 홈런 2개 맞고 7실점
시즌 및 메츠 데뷔전서 참담한 패배
“이럴 수가….”
뉴욕 메츠의 박찬호(33)가 홀연히 찾아 온 기회에서 불운에 울며 참담한 패배를 맛봤다. 메츠의 제2선발 올랜도 허난데스가 갑작스럽게 부상자명단(DL)에 오르는 바람에 30일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기회를 얻었으나 4이닝동안 홈런 2개가 낀 6안타와 2포볼로 7실점하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고 고개를 떨궜다. 시즌 및 메츠 데뷔전에서 패전투수가 된 박찬호의 방어율은 15.75까지 치솟았다.
30일 뉴욕 셰이스테디엄에서 벌어진 말린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선 박찬호는 3회 투아웃까지 퍼펙트 피칭을 했다. 예리하게 떨어지는 커브를 앞세워 매회 삼진을 뽑는 등 첫 8타자를 상대로 삼진 3개를 곁들이며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 산뜻한 데뷔전을 향해 가는 듯 했다.
하지만 순항은 오래가지 못했고 곧 ‘폭풍우’가 닥쳤다. 악몽 같은 재앙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출발점은 3회 2사후 타석에 들어선 상대투수 스캇 올슨이었다. 박찬호는 가볍게 올슨을 잡고 3회를 마무리 짓겠다는 생각으로 볼카운트 2-2에서 한복판 밋밋한 직구를 던졌지만 시즌 9타수 5안타를 기록 중이던 올슨은 이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중전안타를 뽑아냈다. 그리고 투수에게 첫 안타를 맞은 박찬호는 실망한 때문인지 갑자기 집중력을 잃었다. 다음 두 타자에게 볼만 내리 8개를 던져 순식간에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을 뿐 아니라 말린스에서 가장 겁나는 타자인 미겔 카브레라와 상대하게 된 것.
하지만 여기서라도 박찬호에게 운만 따라줬다면 실점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카브레라의 타구는 비록 날카로운 라이너성이었지만 2루수 데이미언 이즐리가 충분히 잡아낼 수 있었던 것이었는데 점프한 그의 글러브 안으로 빨려 들어갔던 볼은 다시 튀어나왔고 2명이 홈을 밟았다. 이것만 해도 억울한데 불운은 계속 이어졌다. 계속된 주자 1, 2루에서 다음 타자 마이크 제이콥스의 플라이볼 타구를 뒷걸음질 치던 숏스탑 호세 레예스가 우왕좌왕하다 놓쳐 어이없는 2루타로 만들어주며 3번째 실점을 했다. 이어 자시 윌리햄의 빗맞은 플라이볼 타구도 ‘텍사스 히트’로 돌변하며 2명이 더 들어왔다. 순식간에 0-5. 이즐리가 글러브에 들어온 볼을 움켜쥐기만 했어도 한 점도 안내줬을 것이었고, 레예스가 볼을 잡았어도 2점으로 출혈을 막을 수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사실상 실책이지만 공식으론 이즐리와 레예스의 플레이가 모두 안타로 기록돼 모든 실점이 박찬호의 자책점이 되고 말았다.
비장한 각오로 나선 메츠 데뷔전이 엉망이 된 박찬호는 4회 들어 더욱 기운이 떨어졌고 1사후 알프레도 아메자가와 2사후 헤인리 라미레스에게 각각 우월과 좌월 솔로홈런을 맞은 뒤 0-7로 뒤진 4회말 공격에서 대타와 교체됐다. 메츠(15승9패)는 중반 이후 6점을 뽑으며 반격을 시도했으나 초반 출혈이 너무 컸고 결국 6-9로 패해 이날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5-2로 꺾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16승9패)에 반게임차로 동부조 선두자리를 추월당해 2위로 밀려났다.
비록 실점의 빌미를 자신이 제공했다는 점에서 할 말은 없지만 수비가 조금만 받쳐줬어도 이런 참담한 결과는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박찬호로선 억울함과 아쉬움이 진하게 남은 경기였다. 메츠의 트리플A 뉴올리언스에는 호헤 소사가 4승, 방어율 1.13의 놀라운 성적을 올리고 있어 박찬호가 다음 등판 기회를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소사는 29일 등판했기에 이날 경기에 던질 수 없었고 박찬호에게 찬스가 왔지만 그 찬스는 너무도 허망하게 날아가고 말았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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