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조용히 해!”
7학년짜리 남학생이 자기 자리에 서서 주위에 있는 학생들과 떠든다. 다른 학생들은 조용하게 선생님을 기다리는데 조나단이라는 학생만 계속 떠들고 있다.
“조나단, 조나단”
여러 번 불러도 아이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계속 아이 이름을 불러도 듣는 척도 안하기에 “큰 소리로 계속 떠들면 교장실에 보낸다”고 위협했다. 그제야 아이는 천천히 돌아서서 미안하다는 듯 손짓을 하고는 자리에 앉는다. 하지만 몇 초 지나지 않아 다시 입을 열기 시작한다.
중학교 교실 분위기이다.
9년 동안 LA 카운티에 있는 공립 중학교에서 합창·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중학생들 가르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호르몬 때문인지 늘 말이 많고 감정적이다. 하루는 조용하던 학생이 다음 날은 따발총 같이 떠드는 것도 많이 본다.
처음 교단에 섰을 때는 이렇게 제멋대로인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까 고민이 많이 되었다. 아주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 다루는 실력(?)도 늘고 무엇보다 그들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중학생들과 같이 어울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하려는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이다. 틴에이저의 일들은 어른들 눈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그들 자신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일들이다.
생각해 보자. 비록 시간이 많이 지나도, 첫 사랑을 잊어버리는 사람은 드물다. 가슴 뛰고, 다리가 후들거리며, 손에 땀나던 그 느낌. 10대 아이들은 지금 그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부모나 어른들이 그 심정을 이해해 주고 중요성을 공감해 주는 것이 이들 어린 사람에겐 필요하다.
또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해 주는 일이다. 가끔 학생들이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 내 속에선 “아이구… 이 어린것들이 뭘 알아”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학생의 말이 끝날 때까지 머리를 끄덕이며 들어준다.
몇 마디 대답을 하거나 질문을 하며 대화 내용에 관심을 보여주면 학생들은 대단히 감사해 하고 자신의 문제에 대해 상담을 원하기도 한다.
조나단이 유난히 떠들고 번잡스럽게 행동하는 걸 보며 어떤 가정에서 자라났는지 예상이 갔다. 아니나 다를까. 하루는 다른 학생들이 들을 수 없게 교실 모퉁이에서 조용히 가정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엄마와 계부와 함께 사는데, 계부가 늘 그에게 소리를 지르고 혼낸다고 했다. 혼내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봤더니 “모든 것!”이란다. 그러면서 계부는 늘 소리 지를 때 침을 많이 튀긴다고 불평을 했다. 침 튀는 것 때문에 왜 혼나는 지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나도 그에게 크게 소리친 게 후회되었다. 조용히 타이르고 다음부터는 내가 소리 지르지 않더라도 지시를 잘 따르라고 부탁했다. 아이가 알았다고 약속하며 다음 교실로 가는 모습을 보며 한 가지 걱정이 되었다. 혹시 나도 큰 소리로 야단칠 때 침이 튀기는 건 아닐까?
<서재필> 벨플라워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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