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There’s Something About Mary)는 영화가 있다. 저속한 부분이 섞여 있지만 정말 웃기는 장면이 많은 코미디다.
이 가운데 주인공이 차를 타고 가다 히치하이커를 태워 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차를 얻어 탄 사람이 자기에게 기발한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있다며 함께 참여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다. 무슨 아이디어냐고 하자 ‘8분 만에 살 빼는 법’이란 비디오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답하자 자기는 ‘7분 만에 살 빼는 법’이란 비디오를 내놓겠다고 한다. ‘8분’ 비디오와 ‘7분 비디오’가 나란히 놓여 있으면 사람들은 어느 쪽을 택하겠느냐는 것이다.
주인공이 그럴 듯한 이야기라고 맞장구를 치다 만일 어떤 사람이 ‘6분 만에 살 빼는 법’이란 비디오를 내놓는 날에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한마디 하자 이 히치하이커는 갑자기 흥분하며 그건 불가능하다고 화를 내기 시작한다. 이 순간 프리웨이 휴게소가 나와 우여곡절 끝에 둘은 헤어지게 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사람은 정신 병원을 탈출한 인물로 이미 한 사람을 죽이고 주인공마저 막 죽이려는 찰나였다.
한국에서 요즘 대선 후보 간에 ‘당선되면 연 7%의 경제 성장을 이룩하겠다’는 공약을 놓고 말들이 많다. 박근혜·이명박 두 후보가 7% 경제 성장을 공약으로 내걸자 손학규 후보는 “아무리 해 봐도 내 계산으로는 6.4%밖에는 나오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민노당의 노회찬 의원까지 이에 가세, “성장률 7%, 일자리 300만개 공약은 신이 내려와도 달성하지 못하는 헛공약”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도 후보 시절 7% 경제성장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 임기 동안 최고 성장률은 5%였다. 그리고는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가“7% 성장률 공약이 얼마나 발목을 잡았는지 모르겠다. 불가능한 건 불가능한 거다”라는 것이다. 누군가 “어떻게 7%라는 숫자가 나오게 됐습니까” 하고 묻자 “다른 후보가 6%를 제시해 나는 7%를 내놨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국 경제는 세계 한 가운데 혼자 떠 있는 섬이 아니다. 한 때는 ‘미국이 기침만 해도 한국은 감기가 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고 이제는 미국 의존도는 줄어들었지만 세계화의 영향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임기가 끝나는 5년 후 세계 정세와 경제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는데 한국만 유독 7%의 경제 성장을 이룩하겠다고 공약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일이다. 또 안다 한들 수천만 근로자와 기업이 만들어내는 경제 성장을 대통령 혼자서 어떻게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단 말인가.
이 공약에 대한 두 사람의 비판도 문제다. 어떻게 따졌길래 한국 경제의 최고 성장률은 6.4%를 넘을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오는 걸까. 또 무엇을 근거로 7% 성장은 신이 내려와도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는 것일까. 근본적으로 문제를 보는 시각이 잘못돼 있다.
미국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10여명의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거나 곧 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내가 대통령이 되면 연 몇 %의 경제성장을 이룩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했다가는 “저 사람은 자기가 미국 경제에 통달하고 이를 좌우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 위험한 인물”로 낙인찍혀 당내 예선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은 신이 아니다. 경제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려운 몇 년 앞의 경기를 내다보고 %까지 맞춘 경제 성장을 이룩해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기업은 안심하고 투자하고 근로자들은 보람을 갖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며 그것으로 충분하다. 올해가 후보자들이 허황된 숫자 놀음으로 유권자들을 혹하게 만드는 마지막 대선이 됐으면 한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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