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사회라는 특수성으로 미국에서 보게 되는 한국 젊은이들의 모습은 그 다양한 성장배경과 체류 목적만큼이나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대략 청소년기나 대학시절에 유학 혹은 이민을 온 1.5세와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유년기 때 온 2세로 크게 구분 지어 볼수 있다.
이들 두 집단사이에는 언어적 장벽 이외에 정체성 확립시기에 겪는 사회적, 문화적 요인으로 인한 분명한 차이점들이 있다. 민족적 정체성을 보는 관점에 있어서도, 본인이 한국인임이 너무 당연하기에 정체성에 대해 의심해 본바 없는 1.5세와,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밴 한국인의 특질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자라면서 공부를 통해 민족관을 체득하는 2세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게 된다. 1.5세들에게는 아무런 관심거리가 되지 못하는 것들이 2세들에게는 아주 새로운 흥미거리가 될 수도 있고, 1.5세가 보지 못하는 한국인의 중요한 유산들을 2세들이 찾아내어 그 가치를 높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차이점들이 부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나 문화, 종교, 스포츠 등을 통해 이를 극복하기도 한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거나 월드컵 때 같이 대한민국을 외치고 삼성휴대폰을 쓰는 등 다양한 공통관심사를 통해 일체감을 만들고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겐 이보다 더욱 절실한 것이 있다. 미국속에서 살아가면서 본 받고 싶어할 만한 동년배나 선배들이 필요한 것이다. 자기가 공부하며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같은 한국인으로서 2세든 1.5세든 본받고 싶어지고 그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가도록 영감과 동기를 부여할 만한 그런 역할 모델 말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국제기구로의 진출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그 실현가능성을 열어주었고, 박지성은 미식축구 밖에 모르던 2세 청소년들에게 축구를 알려주었으며 하인스 워드는 본국의 젊은이들에게 미식축구를 알려주었다. 또한 한인으로서 UC계열에는 처음으로 총장이 된 UC머시드의 강성모 총장과 같이 미국의 유수 대학들에 포진하고 있는 한국의 학자들은 한국인의 우수한 두뇌를 널리 알리며 후학들을 분발케 하고 있다. 이런 활약상들을 부각시켜 중국이나 인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와 길지 않은 이민역사속에서 이러한 인물들을 배출한 것에 대해 우리 젊은이들이 긍지를 가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런 인물들이 계속해 나올 수 있도록 기성세대들은 물론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참정권 문제나 미국한의사 자격 인정 문제, 미국변호사의 업무범위 한정 등 해외한인들에 대한 본국 정부의 태도는 어쩐지 그릇을 키우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현재 밥그릇에 담겨있는 밥에만 신경을 쓰는 듯 보인다. 한국정부는 세계화 시대에 해외에 있는 젊은 한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최대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도록 전향적인 태도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소모적인 정쟁논리로 싸우기 보다는 가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내는 건설적인 정부와 정치권을 미주지역의 한인 청년들은 희망하고 있다.
어느 곳, 어느 시대에서나 청년들의 힘은 시대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컸다. 이 거대한 힘의 방향을 정확히 가야 할 곳으로 이끌어 갈수 있는 리더들이 필요하다. 지금 미국에 있는 청년들은 우리가 바로 그러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세계속의 한국인’이 아닌 ‘세계를 주도하는 한국인’이 되도록 더욱 노력해야 겠다.
<김유정> 법무법인 비전 LA지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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