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기록된 버블의 원조는 1720년의 ‘사우스 시’(South Sea) 버블이다. 영국인 로버트 헤일리가 세운 사우스 시 회사는 정부로부터 남미 대륙과 교역할 수 있는 독점권을 따냈다. 광활한 이 지역의 무궁무진한 자원을 이용하면 거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진 투자가들이 너도나도 몰려들면서 그 해 1월 128 파운드에 팔리던 이 회사 주식은 9월에는 1,000파운드를 돌파했다.
한 주라도 더 사기 위해 모든 사람이 아우성쳤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이 회사가 실지로 벌어들인 돈은 거의 없고 빚 투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가는 하루아침에 휴지가 됐다. 당대 최고의 천재 아이작 뉴턴도 엄청난 돈을 날리고 “내가 별들의 움직임은 계산할 줄 알아도 인간의 광기는 짐작하지 못 했구나”라는 한탄을 남겼다.
이 버블의 붕괴는 런던의 금융 시장을 수십 년 동안 위축시켰으며 3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모든 투자가들의 경종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것이 버블의 재발을 막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지난 2000년 하이텍 버블이 터지기 전까지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것이 버블이 아니며 ‘이번만은 사정이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고 주장했다. 나스닥이 5,000을 넘자 ‘종전의 주식 평가 기준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거나 ‘미국 경제는 더 이상 경기 사이클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이론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그러나 그 후 2년 반 동안 하이텍이 몰려 있는 나스닥은 폭락에 폭락을 거듭 주가 총액의 80%를 잃었다. 처음 하이텍 버블이 터졌을 때 사람들은 그 동안 워낙 올랐기 때문에 조정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가가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는데도 곧 회복될 것이란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2002년 가을 증시가 바닥을 치고서야 전문가들은 하이텍이 거품이었음을 인정했으나 돈을 모두 날린 투자가들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이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데 2년 전 100달러 선에서 출발한 인터넷 서치엔진 구글 주식은 이제 5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머지않아 1,000달러에 이를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은 주택 버블의 붕괴다. 주택 열기가 뜨겁던 작년까지 대다수 전문가들은 “집값은 이민자의 유입으로 떨어질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번만은 90년대 초와 사정이 다르다”는 이론도 나왔다. “미 전국 주택 가격은 대공황 이래 한 번도 내려간 적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지난 8월 대공황 이래 처음 미 전국 집값이 내려간 후 9월 들어서는 기존 주택가가 40년 만에 최대, 신축 주택은 35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이와 함께 주택 시장 버블 논쟁도 사라졌다. 신축 주택 가격 하락 폭은 공식적으로는 9.7%지만 무료 업그레이드 등 인센티브와 인플레를 감안하면 실제 낙폭은 15%가 넘을 것이란 이야기다.
더더구나 지난 수년간 집을 사는데 쓰여진 모기지 가운데 2조 달러가 소위 소득 증명이 없는 ‘노닥’(no document)거나 ‘이자만 내는’(interest only) 서브프라임 모기지다. 또 2조 달러에 달하는 변동 모기지가 내년 중 대폭적인 금리 상향 조정을 앞두고 있다. 주택 경기를 악화시킬 시한폭탄이 도처에 숨어 있는 셈이다.
사우스 시에서 1929년의 주가 폭락, 2000년 하이텍 거품 붕괴 등 버블의 역사를 살펴보면 버블이 해피엔딩으로 끝난 경우는 없다. 그럼에도 아직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과열됐던 부동산 경기가 정상을 찾은 것” “머지않아 회복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과연 그럴까. 너무 믿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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