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스칸디나비아의 베니스’로 불린다. 말라렌 호수 인근 14개 섬 위에 세워진 이 도시는 사방에 수로가 있고 조경이 뛰어나 경치가 아름답다. ‘스톡홀름’이란 단어 자체가 이 곳 말로 ‘통나무 섬’이란 뜻이다. 쭉쭉 뻗은 넓은 길에 고색 창연한 녹색 지붕을 얹은 건물들이 인상적이다. 사람들은 소란스럽지 않으면서 친절하 고 옷차림도 검소하면서 윤택해 보인다.
지난 수십년간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복지 국가를 건설해 온 소위 ‘스웨덴 모델’은 세계인의 부러움을 샀다. 인구 900만으로 스칸디나비아 최대 국가인 스웨덴은 영국 가디언 지로부터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회”라는 찬사를 들었다.
그러나 막상 스웨덴 국민들은 요즘 과히 즐겁지 않다. 지난 74년 중 65년간 집권해 온 사민당의 오만도 문제지만 정작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은 경제, 그 중에서도 높은 실업률이다. 정부의 공식 발표는 6%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부가 만든 유명무실한 일자리, 장기 병가중인 직장인, 갈 곳이 없어 학교에 남아 있는 청년 등을 합치면 실질 실업률은 17~2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직장이 없어도 3년간 전에 받던 월급의 80%를 정부가 대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굳이 일자리를 찾아 나서지 않는다.
이들을 먹여 살자니 고율의 세금이 불가피하고 실업자를 막겠다는 이유로 해고하기는 어렵다. 기업들은 자연시설 투자를 꺼리게 되고 직원을 채용하는데도 극히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니 경제가 잘 돌아갈리 없다.
겨울은 길고 농경지는 부족해 춥고 배고프던 스웨덴 국민들이 잘 살게 된 것은 19세기 후반 이후다. 그전까지는 국민들의 대량 이주가 발생, 미국에만 100만명의 스웨덴 인이 이주했다. 그 결과 한 때 시카고에만 스웨덴 제2의 도시 고텐버그보다 많은 스웨덴 인이 살았다. 지금도 미네소타를 비롯한 중서부엔 스웨덴 후손이 많다.
1870~1950년 스웨덴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이룩했다. 이 기간 스웨덴 정부는 어떤 나라보다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폈다. 거기다 제1차, 제2차 대전 동안 스웨덴은 중립을 지키는 바람에 유럽에서는 드물게 엄청난 전쟁의 참화를 피할 수 있었다. 스웨덴의 복지 정책은 이 때 쌓아둔 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매에는 장사 없다’고 높은 세금과 과도한 복지 비용이라는 더블 펀치를 견뎌내는 경제는 없다. 부 창출의 필수요소인 창의력과 근로의욕을 사라지게 하는데 이 둘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1970년 OECD 4위이던 스웨덴 경제는 1998년 16위로 떨어졌다.
스웨덴 50대 기업 중 1970년 이후 세워진 것은 단 하나뿐이다. 자영업자 비율은 OECD 중 제일 낮고 전체 일자리 중 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로 독일의 2배에 달한다. 90년대 들어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건강보험의 민영화,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부여 등 미약하지만 개혁이 시행됐고 경제도 다소 회복됐다.
스웨덴 국민들은 17일 사민당을 몰아내고 우파 연합에게 권력을 넘겨줬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은 80년래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반면 사민당은 역대 최저를 얻는데 그쳤다. 우파 연합은 집권하면 스웨덴식 복지제도를 유지하면서 세금을 깎고 복지혜택을 축소하며 각종 규제를 푸는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모델’은 아직도 한국을 비롯한 많은 지식인들의 이상으로 남아 있다. 복지는 좋지만 이는 시장 경제라는 나무에 달린 과실에 불과하다. 나무를 죽이고 과일을 따겠다는 환상은 어리석다. 이번 총선이 ‘스웨덴 모델’의 타당성을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kyumin@koreatimes.com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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