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터넷으로 인해 세계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런가? 그의 장미빛 예언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오히려 언어폭력, 언어전쟁과 같은 신종의 전쟁들이 우리를 회의의 늪에 빠져들게 한다. 인터넷 상에는 정보화-세계화-지방화-민주화 등 매혹적인 단어 대신 지금은 문명충돌-종교분쟁-민족분규 등 야만적 단어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본래 한 나라의 언어는 그 민족종족의 세계관과 우주관을 반영하곤 한다. 예를 들면 마야족은 ‘나’보다 ‘우리’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했다. 그들이 즐겨 사용하는 ‘우리 부모님’‘우리 엄마’‘우리 형제’같은 언어 표현은 가족과 공동체를 존중하는 마야인들 만의 세계관이 현대 인디오들 의식구조에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인들도 ‘우리’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개인보다 공동체를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의식구조는 마야인들의 의식구조와 비슷한면이 있다. 지금의 인디오들은 개인주의 경쟁 논리에 빠진 현대 사회를 비판하여 공동체주의 부활을 주장한다.
인터넷상의 공동체 언어는 마야 언어에서 말하는 ‘나’가 아니라 ‘우리’가 되어야 한다. ‘통치자’는 모든 것을 지시하고 결정하는 강압적 존재가 아니라, 단지 연장자나 공동체 지도자를 뜻해야 한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통치자는 공동체 구성원의 존경을 받지만 그렇다고 정책 결정을 일방적으로 행하지는 않는다. 또한 마야어에서 ‘진정한 통치자’란 뛰어난 사람, 지혜로운 사람, 여론을 수집하는 사람,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줄 아는 사람,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경청 해 주는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요즈음 인터넷을 열어 보면 불행하게도 이러한 ‘진정한 통치자’ 대신 개인적인 ‘나’를 마음껏 활용하는 사람들로 범람한다.
인터넷의 각 뉴스 란에 ‘네티즌 의견’이라는 것이 있고 또 그 글에 대해 ‘한줄 의견’이라는 댓글까지 달 수 있다. 그 내용의 글을 읽어 보면 거의 무차별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다.
개인메일을 이용할 수도 있는데도 공개적인 곳에서 마구잡이로 표현하고 있다. 상대방이 나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닉네임을 사용하여 무차별 공격하는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에 대한 증오가 인터넷이란 매개체를 통해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이는 우리들 모습의 추한 반사현상일 뿐이다.이는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를 정당화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야만적인 질서를 가능하게 한다. 인터넷상의 공동체 언어인 ‘나’가 ‘우리’가 될 때 인터넷상의 언어폭력은 사라질 것이다.
강정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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