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브루클린 지하철역에 먹이를 찾아 나온 노르웨이 쥐.
넘치는 시궁창 쥐 속수무책
8백만마리 서식 ‘쥐 반, 사람 반’
하루 20번 교미 기하급수적 번식
뉴요커들은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골목길을 통과해야 할 경우 시선을 발끝에 두지 말라고 충고한다. 좁은 공간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쥐 떼가 설쳐대기 때문이다. 쥐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아예 골목길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
“뉴욕은 쥐 반, 사람 반 이”라는 말이 나돌자 뉴욕시 공중위생국은 3년전 브루클린, 사우스 브롱스, 이스트 할렘 등 3개 지역을 ‘타겟 지역’으로 선정하고 시청에 전담팀까지 설치, 대대적인 쥐잡기에 나섰다. 전담팀은 19개 유관기관과 공동작전을 펼쳐 지난 한해에만 8만8,000마리의 쥐를 잡는 성과를 올렸으나 총 800만 마리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뉴욕시의 ‘서생원’ 숫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뉴욕을 완전히 장악한 쥐는 노르웨이가 원산지인 ‘시궁창 쥐‘로 갈색 털과 큰 몸집이 특징이다. 노르웨이의 바이킹족을 따라 유럽으로 진출한 후 흑사병을 일으켜 수 백만명의 유럽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데 앞장섰던 시궁창 쥐는 미국의 독립전쟁 당시 영국군을 따라 뉴욕에 상륙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4년 ‘쥐: 뉴욕시 불청객들의 역사와 서식지’라는 책을 펴낸 로버츠 설리반에 따르면 뉴욕을 비롯한 미 본토는 물론 하와이까지 활동무대를 넓힌 노르웨이 쥐들은 번식률이 워낙 뛰어나 머릿수 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뉴욕시는 지난 2004년부터 311 민원전화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데 2005년 한해동안 쥐에 대한 불만이 3만1,000건이나 접수됐다. 전년에 비해 40%가 늘어난 수치다.
뉴욕에서는 매일 서너 차례 쥐들과 조우해야 한다. 심지어 지하철 선로 위를 걸어가는 쥐의 그림자가 플래트폼 벽에 공룡처럼 확대돼 비칠 때도 있다.
맨해턴의 한 건물 주차원으로 근무하는 버트런드 세인트 빅터(30)는 “주차장 전체가 쥐들로 가득 찬 느낌”이라며 “큰 놈들은 거의 고양이 만하다”고 전했다.
브루클린 제3 반상회의 베아트리체 존스 반장은 “시당국이 1년전 콘도와 아파트 단지 등 다세대주택 밀집지에 무거운 뚜껑이 달린 대형 쓰레기통을 보급한 이후 쥐들의 숫자가 조금 줄어드는 듯 했으나 최근 건설공사 붐이 일면서 쓰레기가 넘치는 통에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렸다”고 밝혔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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