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결혼식에 선물을 하는 대신 3개 자선단체에 기부해 달라고 하객들에게 요청한 젠 크레인과 탐 프롤릭.
자선단체에 기부해 달라고 하니까 하객들이 더 후하게 축의금을 내준 것 같다”는 제임스와 조지아 마카리안 부부.
‘기부 결혼식’늘고 있다
다음 달에 결혼할 젠 크레인과 탐 프롤릭은 친지들의 주머니에서 가능한 한 많은 축의금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자기들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이 커플은 비싼 접시나 두둑한 금액의 수표 같은 전통적인 결혼선물 받기를 창피하게 여긴다. 그래서 손님들에게 자기들을 위해 ‘시에라 클럽’ ‘걸즈 온 더 런’ ‘유스 인 포커스’의 3개 자선단체에 기부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결혼연령 높아지고 혼전동거 커플 증가
전통적 선물‘사양’… “값지게 쓰고 싶다”
자선 대행업체‘저스트기브’이용 커플
2년새 4배이상 늘어 “성장 가능성 무한”
크레인과 프롤릭처럼 결혼식을 자선의 기회로 삼는 사람들이 소수지만 증가하고 있다. 결혼 당사자들과 자선단체, 하객을 연결시켜주는 중개역을 하는 소수의 인터넷 기반 비영리 단체의 도움 덕분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크레인과 프롤릭이 결혼 축의금을 자선단체에 내달라고 한 것은 두 사람의 이타심과 가치관에 의한 결정이었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들은 그보다 더 실제적인 동기가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요즘 미국의 신혼부부 평균 연령은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고, 결혼식을 올리기 전부터 동거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과거 세대들처럼 주방용품 같은 전통적인 결혼선물을 받을 필요가 별로 없어졌다는 것이다.
워싱턴 DC에 있는 비영리단체 ‘아이 두 파운데이션’에 자선 등록을 대행시켜 모든 하객들에게 그 사실을 알린 크레인도 “우리는 둘 다 30대이기 때문에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이 커플도 새 캠핑용 스토브 같은 것은 받아서 기분 좋을 물건이고 특히 결혼선물이란 반드시 상자에 넣고 포장을 해서 리번으로 묶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나이 든 친척들이 있음을 알기에 같은 재단을 통해 전통적인 선물등록도 해 놓았다. 물론 ‘REI’나 ‘리넨즈 앤드 씽즈’ 같은 상점도 물건을 판매한 금액의 일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결혼식이 점점 세속화되고 상업적 행사로 여겨지는 요즘 미국의 결혼식 비용은 평균 2만6,000달러를 헤아린다. 그러다 보니 그보다 깊은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 중 일부는 결혼식 하객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 대신 하객 이름으로 기부를 하기도 하고, 피로연에서 남은 음식을 동네 노숙자 보호소에 기부하기도 한다. 원래 결혼식은 동네 사람을 모두 먹이는 동네 잔치였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지난해에 미국에서 결혼한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 중 자선 기부를 등록한 사람은 기껏해야 수천명에 불과하므로 그 때문에 결혼업계가 타격 받을 일은 전혀 없다고 결혼정보 포털인 ‘더 낫’을 창설한 칼리 로니는 말한다. “사실 그보다 더 강력한 추세는 결혼선물을 현찰로 받고 싶어한다는 점이죠.”
로스 알토스에 사는 조지아와 제임스 마카리안은 동남아 해안에 쓰나미가 몰려와 12개국에서 20만명 이상이 죽은 일이 난 직후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길거리에 나 앉았는데 후식 하나에 몇 백달러씩 쓰는 결혼식을 하는 것이 너무 미안해서 비영리단체 ‘JustGive.org’에 등록했다.
2003년 이후 신혼부부들의 자선 등록으로 85만달러를 모아 자선단체에 기부한 ‘저스트기브’를 통해 모인 돈 5,000달러를 당시 쓰나미 복구에 앞장섰던 적십자, 해비탓 포 휴매니티, 세이브 더 칠드런, 유나이티드 웨이에 기부한 마카리안은 “사람들이 그냥 결혼선물을 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냈다”고 고마워했다. 자기도 다른 사람이 뜻 있는 일에 기부한다면 평소보다 조금 더 내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이다.
‘저스트기브’ 대표 켄덜 웹은 2005년에 이 자선 웹사이트를 통해 걷힌 총액 1,700만달러 중 결혼식과 관련된 것은 2%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성장 가능성은 엄청나다”고 말한다. 2003년에는 120커플만이 ‘저스트기브’의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2005년에는 540쌍으로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결혼식 관련 자선기부만 취급하는 ‘아이 두 파운데이션’의 경우 2002년에 창설된 이래 총 150만달러를 거뒀는데 그중 3분의2 이상이 지난해에 걷힌 돈이었다.
2003년 결혼식을 통해 두 사람의 가족들을 괴롭히는 암, 알츠하이머, 파킨슨씨병과 관련된 단체들에 4,000달러 이상을 기부한 캐리 닉슨과 드미트리 멜혼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20여명의 친척들과 선물 대신 자선 기부를 교환했다. “아이들에게 장난감 선물도 주면서 자선 기부를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바로 이것이 결혼식 자선 등록을 대행해 주는 비영리단체들이 희망하는 일이다. 개인적, 종교적 축하 행사를 모두 자선을 베풀 기회로 여기는 문화적 전통을 미국 사회에 심는 것이 그들의 장기적 목표라는 것이다. “사실은 멍청한 소비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정한 목표”라고 ‘Whatgoesaround.org’ 회장 다나 자카로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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